“구제역은 끝이 보이지 않고, 기름값은 나날이 오르니…, 정말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축산농 장모(58·충남 공주시) 씨의 한탄섞인 말이다.

충남 공주에서 돼지 4000여 두를 사육하고 있는 장 씨는 이 날 공주시 계룡면에서 발생한 구제역 소식을 듣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장 씨는 “오늘 인근 돼지농가에서 또다시 구제역 양성판정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 우리 집까지 여파가 미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크다”며 “올 설 명절에 구제역 전염의 위험이 있어 타지에 있는 자식들도 오지 말라고 했더니 사는 낙이 없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충남지역 축산 농가들이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구제역 확진 판정으로 인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5일 충남 공주시 계룡면에서 의심신고 됐던 돼지농가가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충남지역의 구제역은 46건으로 늘었다.

지역 축산농가들은 살처분 우려와 함께 가축 이동제한이란 또 다른 걸림목에 가로 막혀 애써 키운 가축을 시장에 팔지 못하는 실정에 처해있다.

국내산 육류는 설 이전까지는 어느 정도 공급량이 유지돼 큰 폭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설 이후 백신접종과 이동제한 등으로 공급량이 줄면서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축산농민들은 설 이후 가격이 오른 국내산 육류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지만 지금 당장 시장에 내다 팔 수 조차 없는 상황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면세유(경유) 가격까지 ℓ당 950원으로 오르며, 축산농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지역과 규모별 차이가 있지만 매년 농민들에게 제공하던 면세유 사용량도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지역 축산농가들은 구제역 공포 외에도 난방비 부담 증가까지 떠안으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한 축산농민은 “지난해 난방비가 3500여만 원 들어갔는데 올해는 더 춥고 면세유 가격도 올라 난방비만 5000만 원이 넘게 들어갈 것 같다”며 “이렇게 불안하게 사느니 소를 다 팔고 다른 농사라도 짓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호창 기자 hc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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