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산타와 루돌프가 할 일이 없겠어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어린이들조차 산타클로스와 루돌프의 존재를 믿지 않는 등 동심이 사라져가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의 영향이 축제 분위기마저 다운시키고 있어 크리마스는 이제 먼 추억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생 아들을 둔 박 모(40) 씨는 얼마 전 아이에게 산타할아버지로부터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산타할아버지가 어디 있어? 아빠가 선물해 주는 거 다 알아"라고 말해 박 씨를 당황스럽게 했다. 이어 아이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S회사의 게임기를 사달라고 요구했다.

가격을 알아본 박 씨는 게임기 값이 무려 수십만 원대임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학원 강사 고 모(32·여) 씨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며칠 전 7살 난 딸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스키장으로 놀러가자고 요구했기 때문.

고 씨는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가지고 오기 때문에 집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딸을 회유해 보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아이는 "엄마는 내가 바보인줄 알아? 산타할아버지 얘기는 지어낸 것이잖아"라며 "유치원 친구들은 다 스키장에 간단 말이야"라고 졸라댔다.

인터넷 등 미디어 환경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간접경험이 확대되면서 어린이들은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부모에게 노골적으로 자신들이 갖고 싶은 물건들을 요구하고 있다. 크리마스는 당연히 부모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무너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야 할 크리마스를 상업적인 문화가 지배하면서 산타클로스는 이제 선물을 주는 상징적 의미로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불황의 여파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부모들도 무작정 선물을 요구하는 아이들의 성화에 마음만 찡할 뿐이다.

천수봉 기자 da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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