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1-초토화된 축산업2-인재인가 천재인가 3-위기를 극복할 지혜는 |
올 한 해 매섭게 몰아닥치는 구제역 재앙으로 인해 전국 민심이 흉흉하다. 지난해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전국 곳곳을 질주하며 국내 축산업 기반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제역이 발생한 원인에 대한 방역당국의 역학조사는 아무 소득이 없으며, 단지 이동에 의한 오염이라는 추정만 되풀이 되고 있는 수준으로 매년 구제역 공포에 떨어야 하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현재 방역시스템으로는 구제역에 대한 적절한 ‘처방전’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이와 관련 충청투데이는 이번 구제역이 국내 축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구제역 통제 가능성과 재발을 방지키 위해 제시되고 있는 대안을 긴급 점검한다.
◆사상 최대의 구제역 폭탄
구제역은 국내 축산농가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지난해 11월 28일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전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번지며 국내 축산업의 기반을 초토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급히 구제역 위기를 ‘심각’단계로 격상하고 특별 조치에 들어갔지만, 구제역이 파죽지세로 확산되며 국내 축산업이 입은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해가 갈수록 구제역 피해의 강도와 범위가 커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볼때 국내 축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3월 경기와 파주 등 3개 시·도 6개 시·군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해 총 2216마리를 살처분했고, 살처분 보상금 71억 원 등 총 3006억 원에 달하는 피해액이 발생했다. 2002년 5월에는 경기와 충북 등 2개 시·도 4개 시·군에서 총 16건의 구제역이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16만 155마리를 살처분했고 보상금으로 531억 원을 지급하는 등 총 1434억 원의 피해액이 지출됐다.
지난해 1월에는 경기도에서 6건의 구제역이 발생해 5956마리를 살처분했고 총 425억 원의 피해액이 지출됐으며, 4월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해 5326마리의 가축이 살처분 되는 등 2010년 한 해에 2번의 구제역이 발생했다. 그러나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이번 구제역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 규모다.
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 발생한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며 24일 현재 전국 7개 시·도 62개 시·군·구에 걸쳐 총 135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임상증상을 보인 농가를 포함해 살처분·매몰되거나 예정인 가축은 253만 1531마리로 추산되며 피해액만 해도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등 축산업 전반에 대한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
충남도의 피해 역시 막대하다.
도에 따르면 지난 2일 천안시 수신면 젖소농가를 시작으로 24일 현재 6개 시·군에서 총 11차례에 걸쳐 구제역이 발생했다. 살처분되거나 예정인 가축은 21만 3000마리로 도내 한우와 돼지 전체의 10%에 육박하고 있다. 또 구제역 방역비용에만 212억 원이 소요됐지만, 그 피해는 어느때 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며 도내 축산농가들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구제역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방역당국은 접종된 구제역 백신의 항체가 형성되는 내달 초 경이면 구제역이 한 풀 꺾일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이 역시 희망섞인 전망일 뿐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재현 기자 gaemi@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