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 간부의 어머니가 자신의 집에서 강도 피해를 당한 뒤 돌연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사건 발생 후 일부 현금을 제외한 귀금속 등은 그대로 남아 있어 단순강도가 아닌 원한관계에 의한 범행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대전 둔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6시경 서구 둔산동의 한 아파트에서 대전경찰청 간부 A 씨의 어머니 B(68) 씨가 숨져 있는 것을 A 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A 씨는 야근 중이던 이날 밤 12시경 모친의 휴대전화로 발신된 전화를 받았으나 말 대신 신음소리가 들려 집으로 향했다. 모친의 집에 도착한 A 씨는 방안에 테이프로 몸이 묶긴 B 씨를 발견했으나 별다른 외상이 없었고, 도난 물품도 확인되지 않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모친이 ‘옆구리가 아프다’는 것 외에 큰 불편을 호소하지 않았고, 안정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신고 없이 모친과 함께 잠을 잤다”며 “왼손과 오른쪽 옆구리 부위에 멍 자국이 발견됐지만 뚜렷한 외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A 씨는 날이 밝는 대로 경찰에 신고하고, 모친과 함께 병원에 갈 예정이었지만 B 씨는 사건발생 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 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B 씨의 사인은 ‘저혈성 쇼크’로 추정되며 늑골이 골절된 상태로 흉강 내 과다출혈이 일어나면서 심장에 쇼크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경찰은 사건 당일 아파트 입구에 설치된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사건 용의자가 범행 당일 오후 11시 17분경 아파트에 들어왔으며 2분 뒤 다시 나오는 장면을 찾아냈다. 이어 용의자가 24분경 다시 들어간 뒤 20여분 후 다시 나온 점을 토대로 이날 오후 11시 25분경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용의자가 오토바이 헬멧에 장갑을 착용한 채 범행을 저질렀고, CCTV 앞을 지날 때 의도적으로 얼굴을 가려 용의자 특정에 어려움을 겪는 등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경찰은 피해자의 집에서 용의자의 족적과 외손자 진술을 근거로 ‘빨간 헬멧’이란 증거를 확보했으며 출입문이 잘 닫히지 않았다는 유족 진술에 따라 열린 문을 통해 침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도난 물품은 사망자 지갑 내 현금과 휴대전화, 유선전화 등이며 귀금속과 통장은 그대로 남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일단 단순 강도사건으로 보고 있지만 아들이 강력계 경찰인 점 등을 들어 원한이나 치밀한 계획에 의한 범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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