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구제역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설을 앞두고 이뤄진 ‘대대적인 민족 대이동’으로 인한 구제역 확산을 우려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귀향 자제’ 호소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그 틈을 비집고 침입할까 봐 두려워서다.
아직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전남 담양군은 지난 17일 행정안전부에 “설날 연휴를 국가 재난 기간으로 선포해 국민의 이동을 자제토록 해 달라”는 건의문을 보냈다. 경기도 이천시와 경북 경산시·김천시도 각종 서한이나 협조문을 통해 ‘고향 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충남도내 향우회와 한우협회 관계기관 등도 도시에 살고 있는 자녀들에게 귀향을 만류할 것을 각 축산 농가에 부탁하고 있다.
축산 농가 밀집 지역에선 ‘혹시 설 명절을 보낸 후 구제역이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횡횡하다.
최근 구제역이 발생했던 충남 예산지역의 김모 씨는 “구제역 발생으로 동네 전체가 상당히 민감해 있다”라며 “드러내 놓고 말은 못하지만 도시에 사는 자녀 등 외지 사람들이 설에 내려오는 것에 대해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홍성이 고향으로 대전에서 살고 있는 이 모 씨는 “고향에 계신 아버지로부터 ‘이번 설에는 내려올 필요 없다’는 전화를 받았다”라며 “고집스럽게 홍성에 갔다 온 후 구제역이 발생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충남도 신용욱 가축방역 담당은 “귀향을 최대한 자제해 주면 좋겠다”라며 “만약 고향에 가더라도 방역당국의 소독 작업에 적극 협조해 주고, 축사 주변은 절대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도 최악의 설 명절을 각오하고 있다.
특히 충남의 경우 ‘교통의 요충지’라는 점에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천안~논산 고속도로 등 설 명절 대 이동의 동맥 7곳이 충청권에 몰려 있다. 여기에 고속도로가 정체되면 귀성 차량들은 우회하기 위해 도내 국도와 지선, 간선으로 쏟아져 나온다는 점에서 자칫 방역에 구멍이 생길 우려가 크다.
방역당국이 주요 도로마다 소독 시설을 강화하고 있지만, 설 명절 기간 동안 차량 이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경우 방역에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방역당국은 설 명절 기간 동안 방역초소를 중심으로 24시간 비상대기하는 한편, 축산 농가 밀집지역의 출입 차단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전민희 기자 manaju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