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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는 청각장애 야구부를 소재로 힘이 넘치는 야구 영화다.
그 에너지는 1시간 44여 분을 줄기차게 달리고도 소진되지 않는다.
영화는 충주 성심학교 청각장애 야구부의 이야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야구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꿈을 이뤄가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동시에 야구계에서 인기 상한가를 구가하며 주목을 받던 한 스타 야구선수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영화는 대중영화를 표방하지만 그 속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슴 울컥한 감동이 전달된다.
장애를 지니고 있지만 ‘야구에 대한 꿈’을 가지고 끝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감독은 스포츠라는 소재와 드라마라는 장르를 넘어선다.
3년 연속 최다 연승과 탈삼진으로 MVP를 거머쥔 프로야구 스타 투수 김상남(정재영). 거친 성격으로 음주폭행에 야구배트까지 휘둘러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기 이른다.
상습 폭행으로 프로야구단에서 제명위기에 처한 그에게 매니저이자 고교 친구인 철수(조진웅)는 청각장애 야구부 임시 코치를 제안한다.
야구부 전체 정원 10명, 더욱이 아이들의 실력은 정상인 중학교 야구부와 맞붙어서도 가까스로 이기는 실력이다.
두 번의 연습게임에서 무참하게 짓밟힌 야구 부원들.
자신이 친 홈런 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글러브만 끼면 치고 달리지만,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김상남은 묘한 울컥함을 느낀다.
오합지졸 야구단을 만난 상남은 야구를 장난처럼 여기는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려 혹독한 훈련을 거듭 시킨다.
상남은 야구 부원들에게 ‘세상을 향해 목소리가 아닌 마음으로 소리를 질러라’고 외치며 아이들과 서서히 소통하기 시작한다.
이들을 유연하게 연결해주는 건 엄마 같은 음악교사 나주원(유선)의 몫이다.
영화는 예상할 수 있듯 감동코드를 따르면 무리 없이 전개된다.
관객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만 이내 사람들에게 친밀하게 다가와 소통하는, 성장과 따스한 인간애가 담겼다.
전국대회 1승을 향해 운동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지만 영화는 승부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야구라는 특정 종목만 존재하면서도, 공감할 부분이 많은 이유다.
스토리의 모호함을 용납하지 않은 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보여주던 작품들과 달리 인물과 이야기 전체가 유쾌한 웃음과 우정, 로맨스까지도 수용하면서 흥미로운 내용을 갖춘다.
이 영화는 지난해 스릴러 영화 ‘이끼’로 흥행을 일으켰던 강우석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 곳곳에서 강우석 감독 흥행작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
상남과 야구부원들의 소통 과정은 80년대 말 강 감독의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와 영화 ‘실미도’의 향수를 풍긴다.
영화는 배우들의 호연도 한몫 한다.
조진웅, 강신일 등 개성 강한 조연배우들의 맛깔 나는 연기는 웃음과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해주며 진부한 이야기 구조를 커버하는 중요한 장치다.
또 배우 김혜성, 장기범, 이현우 등은 자연스럽게 수화를 소화하며 대사가 없는 공백을 눈빛과 손짓으로 메우며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꿈이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열정이 있던 에너지가 넘치는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꿈과 열정이 있다면 그 꿈은 아직 진행 중이다. 144분. 전체 관람가.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