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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추위가 연일 지속되면서 손님들이 뚝 끊긴 전통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이한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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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히터를 왜 길쪽으로 틀어놓으셨어요?”
기자의 물음에 “나는 얼어도 되는데 여기 상추랑 배추가 얼면 안되니까”라는 전통시장 채소상인의 한숨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수은주가 영하 5℃를 가리키던 18일 오전 11시 대전시 서구에 위치한 한 전통시장 한켠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4·여) 씨는 소형 히터 3개를 모두 채소쪽으로 돌려놓은 채 담요 한 장으로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김 씨는 지난 주말 혹한으로 채소가 얼어버려 간간히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조차 아무것도 팔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손님들이 조금이라도 언 것들은 쳐다보지도 않어. 지난 토요일은 어찌나 춥던지 상추, 깻잎, 배추가 꽁꽁 얼어서 팔지도 못하고 싹 내다 버렸지”라며 “나도 춥지만 이것들(채소)이 얼면 팔지를 못하니 추워도 어쩔 수 없이 히터를 양보해야 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평소같으면 점심 찬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주부들이 이 곳을 찾아 붐빌 시간이었지만 영하의 온도는 이날 이 시장을 한산하다 못해 고요하게 만들었다.
오후 들어 찾은 대덕구의 다른 전통시장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손님이 없어 한산한 이 시장에는 상품만 잔뜩 쌓아둔 채 빈 거리를 바라보는 상인들의 어두운 표정으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생선을 파는 박모(48·여) 씨는 혹시라도 찾아올 손님을 위해 꽁꽁 언 손으로 생선을 손질하고 있었다.
손님이 얼마나 줄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씨는 텅 빈 시장통을 가리키며 “지금도 봐요. 너무 추우니까 사람이 없잖아”라며 “지난 일요일에는 더했지. 너무 추워 손님이 없다보니 오징어 한묶음, 동태 대여섯마리 판 것이 다였으니까”라고 볼멘 소리를 냈다.
이처럼 계속된 한파로 지역 전통시장의 매출이 크게 줄어들어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한파가 설 연휴 이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소식에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목’ 매출이 줄어들까봐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설과 추석 등 ‘명절 특수’가 전통시장의 1년 장사에 큰 영향을 끼치다 보니 상인들은 다음 주로 다가온 대목에는 날씨가 풀리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뿐이었다.
전통시장의 한 상인은 “시장은 백화점이나 마트와는 달리 노상에 앉아 물건을 팔다보니 날씨의 영향이 무척이나 커 지금은 하늘이 원망스럽다”며 “올해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SSM때문에 골치 아프고, 구제역 때문에 마음 아프고, 추위때문에 온 몸이 다 아프다”고 말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