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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제역 살처분 후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봉황52 |
구제역이 옆 농장까지 찾아 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우리소들을 살피고 온 아들 얼굴에 그늘이 가득 합니다. 두 부자가 속닥입니다. ‘아무래도 이상 하다.’ 그저 모두 말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아무래도 이녀석들도 보내야 할것 같다고 합니다.
그동안 임신우, 비육우, 육성우 등등 구분해서 사료를 줬던 것을 이틀째 양껏 줬습니다. 그런데 그동안은 매일 ‘배고파’하며 주인만 들어 가면 ‘음메~’ 그랬건만, 자신들의 운명을 알아서일까? 주는데로 묵묵히 먹으면서 소리도 안냅니다.
30년을 공들여 여기까지 왔는데, 몇 년을 빚도 안갚으며 늘려온 녀석들인데, 그리고 남편의 꿈과 아들의 미래가 있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소를 키우기 시작한지 30년이 되는 순박했던 농부는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할것 같아’ 하면서 남은 사료를 퍼주고 또 퍼주고 합니다.
아버지가 소 사료를 다시 퍼주는 소리에 아들도 어느새 우사로 나와 다시 소를 살피고 어루만져보다 먼 산을 바라보다 합니다. ‘맛있게 먹으렴, 몇 일을 더 먹을수 있을지 모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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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살처분된 어미소 곁을 떠나지 않고 있는 송아지. 봉황52 |
2~3일 차이로 태어난 송아지들은 누가 엄마 인지도 모르고 젖을 찾아다닙니다. ‘그래 그래 너희들도 싫컷 먹으렴….’
‘참 늠름하게 잘 커주었는데, 할 말이 없다. 그저 미안하다.’
우사을 가득 채우기 위해 22년동안 정말 안해본 것 없이 고생는데…. 친정 부모님이 편찮아 수술하거나 입원할 때 이 녀석들 송아지를 낳을것 같으면 가던 길도 되돌아와 송아지를 받고 보살피며 늘려온 가족들인데…. 이 무슨 청천벽력 인지.
벌써 앞 농장에는 내일 매몰할 자리 작업을 준비합니다. ‘너희들도 바로 저기로 보내야 한다는데 안타까워 어떡 한다니.’
과연 우리가 너희를 그렇게 보내고 살아갈 수 있을런지. 우린 사람 이니까 살아 가겠지. 그리고 ‘하하’, ‘호호’하겠지.
‘누렁이들아 미안하다.’ 너희들 잃지 않으려고 몇 날 몇 일을 손가락이 얼도록 작은 농부가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 ‘어쩔수 없이 그 무서운 놈이 네 형제에게도 왔거든….’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봉황52 http://blog.daum.net/524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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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살처분된 어미소 곁을 떠나지 않고 있는 송아지. 봉황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