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산다고는 하지만 난방비 때문에 한 달 관리비가 40만 원이 넘어요.”
올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공동관리아파트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한 모 연구원 소속 A 씨는 “중앙난방이라고 하지만 배관 등이 낡아 사실상 각자 알아서 난방 대책을 찾아야 했다”며 “아예 중앙난방을 끊어달라고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덕연구단지 공동관리아파트가 준공 30년이 넘은 낡은 시설 문제로 인해 연구원들로부터 외면받은지 오래다.
A 씨는 “배관이 썩어 수도를 틀면 녹물이 줄줄 나온다”며 “정수기를 달아도 녹물 문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처럼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난방 문제는 입주민들에게 또 다른 연구 과제가 됐다.
다른 입주자 B 씨는 “문틀이 틀어져 추운날엔 어딘지도 모를 곳에서 황소바람이 들어온다”며 “겨울철 관리비의 대부분은 난방비가 차지한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시설 노후로 주거 환경이 악화되면서 이 아파트를 찾는 연구원은 거의 없고 떠나는 사람만 늘고 있다.
특히 2000년 초 재건축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그동안 시설 개선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노후화를 부채질 했다.
장기간의 소송과 지분을 소유한 각 연구기관의 의견 불일치로 재건축 추진마저 유야무야 되면서 시설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난방 저하와 녹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2006년 경 수 억 원을 들여 보일러를 교체하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배관 교체는 수십 억 원의 공사비를 이유로 추진되지 못했다.
이후 일부 기관들이 빈 집을 외국인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기 위해 보일러와 정수기, 샷시 등의 리모델링 투자를 하면서 각 기관 간의 이해관계는 더욱 엇갈리게 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모 연구기관 관계자는 “입주를 권해도 낡아서 살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 공가가 계속 늘고 있는 실정”이라며 “위치가 좋은 만큼 재건축을 통해 사택으로 이용하는 방안과 매각 이전 등의 방법이 있겠지만 우선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이 빨리 마무리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