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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저녁 충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강의실에서 충북레슬링꿈나무들이 고된 훈련을 마치고 영어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심형식 기자 | ||
“일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영어로 말해 볼까요” 미국에서 7년간 생활한 김윤정(체육학과 3년) 씨가 말하자 36명의 앳된 학생들이 변성기 특유의 굵은 목소리로 “선데이, 먼데이”를 외쳤다.
이들은 오는 5월 경남에서 열릴 전국소년체전 충북 레슬링 대표선수들을 주축으로 충주 중앙중, 진천중, 음성 한일중, 율량중, 가경중에서 모인 선수들이다.
지난 3일부터 23일까지 충북대학교 기숙사에서 머물며 합숙훈련을 받고 있다.
오전 5시 30분에 기상해 새벽 훈련, 오전훈련, 오후훈련까지 강행군이 이어지지만 1주일에 3번씩 저녁 영어수업이 빠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수업은 기초부터 시작해 익숙한 팝송 익히기 등으로 진행된다.
노용현(진천중 3년) 군은 “새벽 운동과 야간운동까지 이어져 피곤하지만 대학교에서 생활하며 공부도 같이 하니 대학생이 된 기분”이라며 “학교에서는 수업을 들어도 쫓아갈 수 없는데 여기서는 기초부터 시작해 눈높이에 맞게 가르쳐줘 영어에 흥미가 생긴다”고 말했다.
소년체전을 대비한 합숙훈련에서 영어공부가 진행되는 이유는 충북레슬링협회가 ‘공부하는 선수’ 육성을 신조로 삼았기 때문이다.
구호석 충북레슬링협회장(대부건설 대표)은 “선수들이 운동만 해서는 사회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며 “지도자가 되건 다른 직업을 갖건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공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이어 “합숙훈련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선수들이 많은 것을 배우지는 못하겠지만 운동과 공부를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심어졌으면 한다”며 “이 작은 변화가 선수들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어교육과 함께 대학교에서 진행되는 합숙훈련도 이색적이다.
충북레슬링협회는 충북대학교의 협조로 학교 기숙사에서 머물며 학교 시설을 이용해 훈련하고 있다. 이 때문에 훈련비 절감효과와 함께 선수들이 대학교정에서 생활해 생활지도에도 이점이 있다. 또 좋은 시설에서 훈련이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 학생들도 충북대를 찾아 충북선수들에게 타 지역 선수와 합동훈련을 하는 전지훈련 효과까지 더해졌다.
박종진 충북레슬링협회 전무(충북대 체육학과 교수)는 “어린 선수들이 대학 시설을 이용해 훈련하면서 미래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며 “합숙훈련 장소의 이점을 듣고 타 지역의 전지훈련 동참이 잇달아 선수들의 기량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