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를 배운 지 한 달째에 이르는 김모(33·여) 씨. 김 씨는 스노보드에 푹 빠져 주말을 비롯해 야간까지 스키장에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다. 하지만, 김 씨의 스키장 출입이 잦아들수록 김 씨의 발에는 땀이 자주 나고 심지어 악취까지 풍기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언 발에 오줌 누기’란 말이 있다.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계획이나 시각을 비판하는 속담이지만 사실 속담 속의 상황은 동상을 직접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언 발에 오줌을 눴다가는 피부 온도가 떨어져 세포가 질식해 동상에 걸리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웬 동상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동상에 걸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뜻밖에 많다.

동상은 간단히 코웃음 치며 우습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등산 등 실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물론 밖에서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들 역시 동상에 일격을 당할 수 있다. 특히 가벼운 동상은 그 증세가 가벼워 무시하고 지나쳤다가 나중에 피부가 갈라지고 피가 나면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동상은 어떤 질환인가.

동상은 반드시 극심한 추위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기온과 습도, 연령, 체질 등 여러 가지 요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체가 보통 영하 2~10도 이하의 추위에 노출되면 인체 조직 안에 작은 얼음 알갱이가 형성되고 세포 탈수와 단백질 변성, 세포 내 투과성 이상, 모세혈관 손상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상태에서 몸을 따뜻하게 하면 세포가 부풀고 적혈구와 혈소판이 엉기면서 조직이 붓고 물집이 생기게 된다. 증상이 심할 땐 혈액순환 장애까지 발생해 조직이 괴사히기도 한다.

동상에 흔히 걸리는 부위는 찬 기운에 노출되기 쉬운 얼굴, 귀, 손, 발가락 등이다.


◆어떻게 진행되나

동상도 화상처럼 경중에 따라 분류되는데 1~4도 등 4단계가 있다.

1도 동상은 피부 표피층이 손상되는 경우로 홍반, 부종, 감각 이상 등의 증상을 보인다. 2도 동상은 홍반, 부종과 함께 물집이 생기는 단계로 추위에 노출된 얼굴, 손, 발 등이 붉게 변하면서 물집이 생긴다.

3~4도 동상에 걸리면 조직이 괴사하는데 이 경우엔 괴사 부위를 도려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만약 몸 전체가 장시간 낮은 온도에서 방치돼 체온이 30도 이하로 내려가면 지각을 잃어 혼수상태에 빠지고 맥박과 호흡이 차차 약해져서 마침내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어떻게 치료하나

동상 부위에 물집이 심하게 생기거나 피부색이 검게 변하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심하지 않을 땐 동상 부위를 잘 관리하면 서서히 회복된다.

우선 체온이 떨어져 있으면 체온부터 회복시킨 후 국소적인 치료를 한다. 동상 부위를 따뜻하게 하는 방법은 급속히 하는 방법과 서서히 하는 방법이 있다. 그 중 어느 것이 더 좋은가 하는 것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최근에는 주로 급속히 하는 방법이 더 좋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동상을 예방하려면

옷은 여러 겹 겹쳐서 입는 게 좋다. 겨울철에 두꺼운 옷을 입다 보면 옷이 꽉 끼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약간 느슨한 옷을 여러 겹으로 입는 것이 바람직하다. 겹친 옷 사이의 공간이 일종의 보온효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안쪽에는 폴리프로필렌과 같은 합성섬유 재질로 된 옷을 입는 것이 좋다. 폴리프로필렌이 수분이나 땀을 쉽게 배출하기 때문이다. 이 위에 입는 옷으로는 털옷이 좋다. 털옷은 보온성이 뛰어나 추운 날씨로 몸 안의 열을 빼앗기는 것을 방지해 준다.

마지막으로 가장 바깥에 걸치는 겉옷은 따뜻하고 방수성이 있는 파카나 스키복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습기를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 발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두 겹의 양말을 신는 편이 좋다. 폴리프로필렌이나 면 재질로 된 양말을 신고 그 위에 털양말을 착용한다. 또한, 부츠는 추위와 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기 때문에 동상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다. 중요한 것은 꽉 끼게 신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너무 끼는 부츠는 동상에 걸리기 쉽다.

동상에 쉽게 걸리는 부위는 손, 코, 귀, 그리고 발인데 혈액순환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부위다. 이런 부위를 보조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외출 시 모자나 장갑을 꼭 착용해야 한다. 특히 스키장에서 모자나 장갑 없이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동상은 넘어지지 않아도 추운 날씨만으로도 걸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몹시 추운 곳에 간다면 얼굴을 스카프나 마스크로 가리는 것이 동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숨 쉴때 내쉬는 공기가 코 주변 얼굴을 따뜻하게 만들어 동상을 막아준다.

옷은 항상 마른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젖은 옷을 입고 있으면 동상에 잘 걸린다. 따라서 추운 곳에서 야외활동을 한다면 눈이나 물에 신발이 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단 신발이 젖었다면 귀찮더라도 예비로 가져온 신발을 신거나 양말을 갈아 신도록 한다. 옷에도 습기가 차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몸에 땀이 많이 난다면 즉시 외투를 벗거나 운동량을 줄이도록 한다. 그래도 동상에 걸렸다면 뜨거운 물 대신 따뜻한 공기나 물로 동상 부위를 녹이는 게 좋다.

동상에 걸리면 피부는 창백하게 변하면서 단단해진다. 초기 증상으로는 화끈거리거나 따가운 통증이 있다. 이런 증상이 느껴진다면 바로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야 한다.  계속 바깥에 있으면 해당 부위에 감각이 없어질 수도 있다. 실내로 들어간 뒤에는 너무 뜨거운 물로 부위를 녹이려 들지 말고 따뜻한 공기나 미지근한 물을 사용해 언 부위를 녹여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계속해서 감각이 없거나 통증이 심하다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동상 응급처치의 요령>
① 부상자를 추운 곳으로부터 빨리 따뜻한 장소로 옮긴다.
② 젖어 있는 양말, 신발, 장갑 등을 벗겨 낸다.
③ 귀와 코는 따뜻한 손으로 덮어주거나 따뜻한 물수건을 대주고 자주 갈아준다.
④ 동상을 입은 손은 반대쪽 겨드랑이에 껴서 보온을 유지한다.
⑤ 병원이 멀 경우 보온 처치를 한다(동상 부위를 37.7~40도의 따뜻한 물에 30분정도 담근다).
⑥ 피부가 따뜻해지면 환부를 말리고 부드럽게 마른 소독 거즈로 느슨하게 감아 보호한다.
⑦ 동상 부위를 약간 높게 해준다(통증과 부종을 줄일 수 있다).


<동상을 처치할 때 주의할 점>
① 너무 뜨거운 물은 사용하지 않는다.
② 동상 부위를 닦거나 마사지하지 않는다.
③ 보온을 위해 건열이나 방사열을 사용하지 않는다.
④ 물집을 터뜨리지 않는다.
⑤ 동상 부위에 연고를 바르지 않는다.
⑥ 너무 단단하게 붕대를 감지 않는다.
⑦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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