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경찰총수의 이른바 ‘함바 비리’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지역 경찰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조직 내에서는 재임시절 각종 비리척결을 강조했던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검찰 소환조사까지 받게되자, 심각한 배신감은 물론 지휘부 불신이라는 격앙된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게다가 조현오 경찰청장이 함바 운영권 브로커인 유 모(65) 씨와 관련이 있는 경우 자진 신고토록 유도한 후, 충남지방경찰청과 대구청 소속 총경 2명이 이런 사실을 털어 놓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11일 충남청 등에 따르면 A 총경은 2006년부터 2007년 당진서장 시절 당시 경찰청 차장이던 강 전 청장의 전화를 받고 집무실에서 유 씨와 만났다고 신고했다. A 총경은 2008년 천안서장 때도 함바 운영 등을 놓고 유 씨와 만났으나 부탁을 들어주거나 금품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청 소속 B 총경 역시 지역 서장 시절 당시 울산청장 부탁으로 집무실에서 접촉했지만 유 씨의 청탁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충남청 관계자는 “자진신고를 놓고 총경급 간부들이 반발하면서 어제부터 본청에서 직접 관련 사실을 취합하고 있다”며 “단순히 접촉한 것만 가지고 범죄나 비위가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 전 청장의 비리 의혹이 불거진 당시 “해프닝 아니겠냐”는 반응을 보이던 지역 경찰들은 검찰 소환 후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는 소식에 “참담하다. 시민에게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재임시절 인사 청탁 근절이나 내부 비리척결을 강조하며 1년 간 300여 명의 경찰관을 퇴출시킨 장본인이 오히려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어렵게 쌓아 올린 국민 신뢰를 한 순간에 추락시켰다는 배신감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또 내부적으로 계급통합이나 보수체계 등 경찰 처우개선을 위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비리 연루 파문이 불거지면서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번 일로 그동안 추진됐던 수사권 독립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 경찰관은 “내부 비리척결을 주장했던 전직 총수가 뒤에서 사리사욕을 챙겼다는 것에 심한 배신감이 든다”며 “그동안 공들여 추진한 수사권 독립이나 경찰 현안 개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격분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