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지난해 순직한 충남경찰청의 한 기동중대 소속 의무경찰이 상습적인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본보 4·5일자 5면 보도>
특히 당시 고 박모 의경과 함께 근무한 의경들 모두 상습적인 구타에 시달린 것은 물론, 선임병들의 가혹행위가 오랜 기간 관행처럼 이어진 것으로 드러나 전의경 부대관리의 총체적인 재점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날 충남지방경찰청이 발표한 수사결과를 보면 전의경 부대 내에서 이뤄지는 선임병과 후임병 사이의 심각한 가혹행위 실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고 박 의경은 최초 부대배치를 받은 직후부터 인사를 못한다는 이유와 고참들의 기수나 전경버스 등의 차량번호를 제대로 외우지 못해 상습적인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중대본부 선임 김 모(전역자) 씨는 세탁을 맡긴 중대장의 속옷을 잃어버렸다며 박 의경을 보일러실로 데려가 수차례 때리기도 했다. 다른 선임병은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다녀온 박 의경이 “죽을 먹어야 한다”고 말하자 욕설과 함께 5~6차례에 걸쳐 폭행을 가했다.
이 같은 심각한 부대 내 가혹행위는 박 의경과 함께 근무했던 이 모(전역자) 씨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씨는 “신병 때는 거의 매일 맞다시피 했다”며 “훈련이 있거나 시위 진압 등이 끝나면 더욱 심하게 맞았다”고 회상했다. 이 씨는 또 “기동대 특성상 현장 출동이 많다보니 긴장 차원에서 늘 구타가 있지만 여기에 개인적인 감정까지 개입되다 보니 그 정도가 심해진다”며 “군기를 담당하는 중간기수가 좀 더 심하게 때리고 후임에게 하는 구타나 가혹행위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또 전의경의 지속적인 구타 관행에 방지를 위해 경찰 역시 소원수리나 면담 등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이 씨는 “익명성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구타자)이름을 써내면 결국 그 사실이 알려져 더 많이 맞았다”며 “중대장이나 소대장 역시 사실을 알았지만 눈을 감아주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전의경의 구타 및 가혹행위가 사실로 드러나자 경찰청 역시 “잔존 악습을 뿌리 뽑겠다”며 재발 방지책 추진을 천명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부대 내 가혹행위 근절 유공자 특진 등 성과평가제도 도입 △관리감독 공백지휘관 형사처벌 △지휘요원 특별인권교육 △인권침해신고센터 운영 △근무시간 감축 △숙영시설 개선 등을 내놨다.
경찰 관계자는 “100일 미만 신병은 매월 1회 이상 중대장과 소대장, 지방청 담당자가 면담하고 100일 이상 근무자는 중대장 등 관리직원이 상시 면담체계를 갖추는 등 재발방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