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역 발생 5일만에 천안축협 직원과 수의사 두 분이 우리 농장으로 백신접종을 하러 왔습니다. 저는 수의사를 쫓아다니며 보조 역할을 했습니다. 봉황52

옆 마을에서 구제역 판정이 나오고 5일째입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우사 드나들며 누렁이들을 이리 살피고, 저리 살피고, 하루에 한 번씩 소독합니다.

개울 건너 이웃 농가에선 몇 일째 윙윙거리는 포크레인 소리에, 차마 목숨이 달려 있는지 꿀꿀거리다 못해 꽥꽥 거리는 괴음이 자꾸만 들려옵니다. 내 마음도 이리 아픈데, 과연 저 집 안주인은 지금 어떨까요?

다른 병이라면 잠시 찾아라도 가련만, 마치 남의 일인듯 찾아도 못 가고, 위로도 할수 없는 상황이 이 무슨 재앙인지….

그리고 저 흰색 옷을 입고 돌아 다니는 사람들은 무슨 죄로 저 일을 할까요?

정말 이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텐데, 그래도 다행일까요. 구제역 발생 5일만에 천안축협 직원과 수의사 두 분이 우리 농장으로 백신을 접종하러 왔습니다.

예방접종 온다는 소식을 미리 듣고 소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사료로 유인해 목걸이를 했습니다. 그리고 소 귀의 바코드 번호를 일일이 확인합니다. 저는 수의사를 쫓아다니며 주사약이 주사기에 잘들어 갈 수 있게 보조 역할을 합니다.

“누렁이들아 잠시 따끔할거야.”

“그리고 우리 2주동안 건강하게 잘 견디어 보자.”

근육 주사여서 소들도 잠시만 따끔한지, 아니면 추운탓에 바늘이 들어가는 것도 모르는 소도 있어요.

송아지까지 120마리가 넘기에 한참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주사 바늘이 소 엉덩이에 꽂힐때마다 괜히 제 궁뎅이가 아파 옵니다.

그리고 접종한 소들의 이마와 엉덩이엔 락카가 칠해집니다. ‘주인님, 지금 내얼굴에 무슨 짖을 한규?’라고 말하듯 저를 빤히 쳐다봅니다.

모두 접종이 끝난 후 다시 이력제 바코드를 확인합니다.

소를 키우기 시작한지 채 1년도 안돼 너무 많을 것을 경험 하는 아들이 주사를 맞고 팔딱팔딱 뛰는 송아지들을 안스럽게 지켜봅니다.

그리고 모두 건강하게 잘 견뎌서 무럭무럭 커주길 기도합니다.

봉황52 http://blog.daum.net/524co/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