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나는’ 도정 논의는 사회단체와 하고, 구제역 방역 등 ‘몸으로 때우는’ 궂은 일은 보수단체에 구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사실 서운한 점은 많죠. 그동안을 생각하면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위기극복’이라는 대의적 차원에서 협조해야죠.” 구제역 방역활동에 협조하고 있는 충북지역 보수단체 회원들의 말이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구제역 방역협조를 위해 최근 가진 민간사회단체장과의 간담회를 놓고 말들이 많다.
이 지사는 지난 6일 오전 도 재난종합상황실에서 도내 민간사회단체장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구제역 방역 협조에 관한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지사는 “구제역 방역초소의 방역활동을 민간단체에서 자원봉사해 낮 시간만이라도 지원해줬음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새마을지도자회를 비롯해 바르게살기협의회, 자유총연맹, 해병대전우회, 자율방범연합회, 적십자봉사회, 자원봉사센터, 의용소방연합대, 여성단체협의회, 새마을부녀회 등 보수단체장 10명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를 놓고 보수단체 회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 지사는 취임 후 4대강 사업, 오송메디컬 그린시티 검증 등 도정 주요 현안과 관련해 시민단체와는 ‘스킨십’을 갖고 그들의 의견을 수용해왔다. 하지만 보수단체와는 대화나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데 소홀히 하는 등 일정부분 거리를 뒀던 게 사실이다. 서운함으로 가득한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 지사가 구제역 방역협조를 구하며 내민 손을 받아들이면서도 해묵은 감정표출은 감추지 못하고 있다.
A 단체 사무처장은 “이 지사가 진보성향이다 보니 취임 후 보수단체를 뺀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상당히 수렴했다. 편향적 도정을 하면서 어떻게 ‘함께하는 충북’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회의적이었다”면서 “이번 간담회를 놓고도 많은 회원들이 순수성이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지만 대의적 차원에서 협조키로 했다”고 말했다.
B 단체 사무처장도 “양복입고 회의실에서 도정운영을 협의하는 것은 시민단체가 할 일이고, 추운날 방역복 입고 소독기 드는 것은 보수단체가 할 일이냐”면서 “앞으로는 ‘함께하는 충북’ 발전을 위해서 진보·보수단체 구별없이, 정치적 이념과 상관없이 도정을 이끌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