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 공약을 이행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정부가 최근 마련한 국가 대형 연구시설 구축지도안에는 과학벨트에 들어설 중이온가속기 건설 계획이 아예 없을 뿐만 아니라 포항에 예정된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건설에 이어 차세대 가속기 건설을 최우선 사업으로 기재해 특정 지역 몰아주기 의혹을 키우고 있다.

6일 대덕 연구단지를 방문한 임기철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은 “우리나라 전 지역을 대상으로 과학벨트는 선정 기준 평가 항목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과학벨트 후보 대상지가 충청권만이 아님을 내비쳤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항 이행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임 비서관은 “지금은 공약사항이라도 변화가 올 수 밖에 없는 여건 아니냐”며 “공약에 얽매여서는 안될 것 같다는 입장”이라고 밝혀 공약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음을 드러냈다. 또 그는 “과학벨트 추진이 앞당기는 방향으로 일정이 조정될 것”이라고 덧붙혔다.

이런 가운데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가 작성한 국가 대형 연구시설 구축지도안에 과학벨트에 들어설 핵심 시설인 중이온가속기의 건설 계획은 없음이 확인됐다.

지난달 9일 작성된 이 자료에는 연구시설 투자 우선 순위 3개 등급에 총 69개 대형 연구시설을 설정하고 있다. 이 중 최우선 투자 등급인 S군에는 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와 중복 투자 논란을 빚고 있는 포항공대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4260억 원)가 포함돼 있다. 게다가 50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까지 명기돼 있어, 포항지역에 밀어주기식 특혜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특정지역으로 가속기 등의 거대 과학시설이 집중되면서 과학벨트의 입지도 충청권에서 멀어지거나, 설사 유치한다 해도 주요 시설이 빠진 껍데기로 전락할 우려가 높은 상태다. 이와 관련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안은 추진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되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국과위가 이 안을 작성하기 위해 224개 학회와 380개 대학 및 연구기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수요조사와 수차례의 전문가 회의, 공청회 등을 거친 만큼 단순한 가이드라인 수준 이상이라는 것. 또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이미 정부 관계 부처끼리 협의를 끝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 교과위 소속 이상민 의원(자유선진당)은 “과학기술에 대한 중장기 현안이 국정철학 기반에 따른 로드맵이 아닌 부도덕한 권력의 끄나풀이 만든 졸속 부실의 계획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7일 과학벨트추진단장과 관계 부처 차관, 지역발전비서관 등이 참석하는 과학벨트 관련 협의회를 개최한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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