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청주도축장 후문 입구가 도축을 위해 청주 인근 지역에서 가축을 싣고 온 차량들과 축산농민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박한진 기자 adhj79@cctoday.co.kr  
 
“도축장들이 문을 닫게 되자 청주도축장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입니다.”

축산농가들이 구제역 감염 전 소나 돼지는 출하하려는 데다 살처분으로 물량 부족난을 우려한 축산 도매업자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고기를 비축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오전 11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동아식품㈜ 내 청주도축장 후문은 100여 m에 달하는 진입로를 비롯해 도로 갓길까지 소와 돼지를 실은 차량 수십 대가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자신들의 축사 인근에서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도축을 하기 위해 가축을 싣고 온 축산농민과 축산유통업자, 육류전문식당업자들의 자리싸움은 치열했다.

충북에는 모두 11곳의 도축장이 있지만 구제역 발생지 중심으로 경계지역 반경 10km 범위 내 5곳의 도축장 운영을 일시중단하면서 청주도축장으로 도축 가축들이 몰리고 있다.

적게는 1마리부터 많게는 20여 마리의 소와 돼지를 운반해 온 축산농민들은 도축장 직원으로부터 번호표를 받은 뒤 마냥 차례를 기다려보지만 다음 날이나 돼서야 실제 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에 허탈해하고 있다.

일 년 가운데 가장 춥다는 소한(小寒)인 이날. 매서운 칼바람과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질퍽거리는 도축장은 가축들의 서글픈 울음소리와 함께 번호표를 먼저 받기 위해 축산농민과 검역원과의 승강이까지 벌어지는 모습은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이 도축장의 하루 도축 능력이 소는 80마리, 돼지는 1300~1500마리 수준으로 돼지는 비교적 도축이 수월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소의 경우 한꺼번에 100마리 이상이 몰려들어 다음 날로 도축이 이어지고 있다. 농민들은 순번을 정해놓은 상태에서도 차마 안심할 수가 없다.

축사 인근에 구제역이 확산되는 날이면 도축이 중단되기 때문에 물량확보를 위해 도축을 기다리는 축산유통업자들과 대형식당업자들은 일분일초가 살얼음판이다.

축산유통업을 하는 강호성(58·청주 모충동) 씨는 “명절을 앞두고 물량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면서 “어제 오후에 접수했는데 오늘 오후에나 도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강추위를 무릅쓰고 도축을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청주 흥덕구 복대동에서 갈빗집을 운영하는 이상문(53) 씨는 “도축한 소 한 마리 가격은 1㎏ 시세가 9000원으로 따져 500㎏ 기준 450만 원 가량 된다”면서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한 마리에 5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어서 공공연하게 물량확보를 위한 사재기 열풍이 일 정도”라고 귀띔했다.

20여 일 후면 설 명절이 찾아오기 때문에 축산 관련 업체들이 비축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도축장이 때아닌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신형철 청주도축장(동아식품) 대표는 “공급물량 감소로 수급불균형 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소비심리는 위축됐지만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남들보다 먼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도축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총체적인 위기상황이며 현재로선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박한진·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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