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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한파가 지속되면서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기침 등 감기 증상은 보통 2~3주를 넘지 않고 자연적으로 호전되지만 3주가 넘게 증상이 계속된다면 다른 만성적인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현재 담배를 피우거나 장기간 흡연을 하다가 금연한 경우 가래를 동반한 기침이 지속되면서 움직이거나 쉴 때에 호흡이 곤란할 정도의 숨찬 증상이 동반된다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대기오염과 흡연인구의 증가, 노령화 추세로 증가하고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은 기관지에서 허파꽈리에 이르는 공기 통로인 기도가 좁아지는 질환으로, 기관지 내에 주로 염증이 발생하는 만성 기관지염과 들어 마신 산소를 혈관으로 전해주는 허파꽈리가 영구적인 손상을 받아 터지게 되는 폐기종, 소기도에 염증이 일어나는 소기도 질환 등을 모두 포함하는 질병이다.
처음에는 증상이 없지만 차츰 가래를 동반한 기침이 지속되면서 호흡곤란을 느끼게 되고 숨을 쉬는 기도가 좁아져 호흡장애가 발생한다.
이러한 기도의 변화가 한 번 발생하게 되면 치료에 따라 약간 호전이 될 수 있지만 영구적으로 점점 더 좁아져 폐기능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이 계속될 경우 호흡곤란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전혀 할 수 없을 정도로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폐암보다 더 무서운 질환이다.
◆발생 원인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의 발생 원인으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흡연이다. 또 작업장에서의 분진과 대기오염도 원인이 될 수 있고 음식을 조리하거나 태우면서 발생하는 연기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흡연의 경우 염증세포가 기도 내에서 증가해 증가된 염증세포에서 분비되는 여러 가지 매개물질들로 인해 허파꽈리 벽이 녹아서 터지게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염증세포들로 기도의 염증이 악화된다.
이로 인해 가래를 제거해주는 섬모운동이 억제되거나 기관지가 수축하게 될 뿐만 아니라 폐를 보호하는 대식세포의 기능장애까지 일으켜 결국 신체의 방어기능을 약화시키게 된다. 또 담배 연기에 포함된 산화성 물질들이 정상적인 기관지와 허파꽈리 세포를 죽게 하거나 기능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허파꽈리를 이루는 물질들을 파괴해 폐에 대한 손상을 증가시킨다.
비흡연자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폐 기능이 감소하지만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기능이 3배 이상 빠르게 감소돼 만성폐쇄성질환 증상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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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해상전산단층촬영(CT) 결과 정상인(왼쪽)과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폐 모습. 건양대병원 제공 |
◆증상과 진단은
만성폐쇄성폐질환자들은 가래가 있는 기침이 심하고 숨이 많이 차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는다. 또 말기에는 기도 폐쇄로 인한 저산소증이 심해 평상시에도 호흡곤란과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호흡곤란은 초기에는 오르막길을 오르거나, 걸을 때, 혹은 일을 할 때나 무거운 것을 들을 때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증상을 느낄 때에는 빠른 검사가 필요하다.
45세 이상 흡연자 중에서 기침이 잦거나 운동시 호흡곤란을 느낀다면 폐 기능 검사를 포함한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또 장기간 폐 기능의 저하로 심할 경우 입술이나 손톱색이 푸르게 변하는 청색증이나 다리가 붓기도 한다. 심할 경우 저산소증이나 과이산화탄소증으로 인해 호흡부전에 빠지기도 하는데 단순한 감기만 걸려도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돼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또 폐 기능 검사를 통해 측정되는 기능의 감소 정도에 따라 질환의 진행 정도를 평가할 수 있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치료에 따른 반응도를 평가할 수 있다. 흉부촬영을 통해 기침과 가래 및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심부전증과 같은 심장질환과 기관지확장증, 폐결핵, 폐암, 폐렴과 같은 기타 호흡기질환을 감별진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흉부 고해상전산단층촬영(CT)은 폐기종의 조기발견과 상태를 파악하거나 폐암의 진단에 이용된다.
◆치료와 예방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한 번 손상된 호흡기관은 회복되지 않고 일단 이 질환이 발생하면 폐암보다 오히려 더 고통스러운 질환이다. 따라서 예방이 중요하고 증상 악화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금연은 최고의 치료이자 가장 훌륭한 예방법
금연 후 10년이 지나면 나이에 따른 폐기능 저하가 비흡연자와 동일한 수준까지 이를 수 있어 폐기능 보전에 가장 효과적인 유일한 방법이다.
△수분공급과 영양상태 유지
기도는 건조할 경우 가래 분비물이 농축되기 때문에 배출이 힘들 뿐만 아니라 가래가 기도 내에 쌓이게 되면 2차적인 세균 감염에 노출된다. 특히 노인 환자의 경우 심장 질환을 포함한 다른 질환들이 동반된 경우가 많아 기도의 건조 위험성은 높다. 따라서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가습기를 이용해 습도를 높여 주어야 한다. 또 질환이 진행되면 체중감소 등으로 전신쇠약감이 심해져 고단백질을 포함한 균형 있는 식사로 영양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약물요법
현재까지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없다. 다만 흡입용 기관지확장제는 일시적인 기도 폐쇄 악화로 인한 호흡곤란 등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어 증상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흡입용 스테로이드제제나 지속성 기관지확장제 등은 급성적인 악화를 예방하거나 입원치료 빈도를 낮춘다.
△호흡재활 운동과 산소요법
호흡곤란으로 인해 활동량이 줄어들게 되면 뼈와 근육이 약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따라서 걷기나 계단 오르기, 자전거 타기 등 전신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팔 운동을 포함한 가벼운 체조도 도움이 된다. 호흡곤란이 심할 경우 입술 오므리고 숨쉬기와 하모니카나 빨대 등을 이용한 호흡운동만으로도 호흡곤란을 극복하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김일순 기자 ra115@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