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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국도 37호선 증평읍과 청원군 북이면 접경지역에 설치된 구제역 방역초소에서 소독기가 고장나자 긴급 수리를 하고 있다. 심형식 기자 | ||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하루가 다르게 세력을 넓히고 있는 구제역과 맞서고 있는 공무원들의 정의다.
지난 3일 오후 11시 사고수습본부가 차려져 있는 청원군청 축산산림과는 늦은 시간임에도 대책회의가 한창이다.
이날 오후 인접한 천안시 병천면 송정리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방역초소를 27개로 늘리기로 한 대책회의가 끝나자마자 다시 괴산군 사리면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확실시되는 의심신고가 접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 비상이 걸렸다. 추가로 증평 방면에 5개의 방역초소를 추가하는 대책안을 마련했다.
축산산림과의 드문드문 빈 자리는 야간에도 방역초소를 설치하러 나간 직원들의 자리.
밤늦은 시간이었지만 지역별로 초소설치가 완료됐다는 보고가 속속 조광수 축산산림과장에게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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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충북 괴산군 사리면 방축리 돼지 농가에서 구제역이 양성으로 판정된 가운데 인근 노송리의 한우농가의 소들이 구제역 예방차원에 의해 살처분되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
조 과장은 “약 1주일 전부터 전 직원이 비상근무를 하고 있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근 괴산군에서 구제역 소식이 들려와 허탈감마저 든다”며 “공무원의 고생도 고생이지만 하늘이 도와 살처분까지 가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4일 오후 청원군 북이면과 증평읍이 맞닿은 국도 37호선 방역초소. 사회복지과 남연옥 노인복지담당이 일용직 인부와 함께 초소를 지키고 있었다.
비좁은 컨테이너에는 스티로폼이 깔려있고 조그만 전기난로가 추위와 싸우고 있지만 야간에는 별 소용이 없어 보인다.
잠시 머무는 동안에도 자동방역기는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대형차량이 지나간 후 압력을 못 이긴 방역기가 멈추자 긴급히 기술자가 불려 와 손을 봤다. 밤새 뿌려진 소독액은 추위에 얼어붙었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일일이 삽으로 긁어낸 얼음덩이가 도로 양편에 쌓여 있었다.
청원군은 지난 2일까지 1일 3교대로 방역초소를 운영했지만 방역초소 수가 급증하자 3일부터 1일 12시간 씩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공무원도 구제역과의 전쟁에 한참이지만 축산농민들의 어려움도 많다. 주요 도로 거점이 군 방역초소의 몫이고 각 마을별 공동방역과 생석회 살포는 자율방역단이 맡고 있다.
애써 키워온 가축들의 전염을 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축산농민들이지만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한 방역당국에 대한 불만이 높다.
박태순 북이면자율방역단장은 “살처분 가축수가 늘자 살처분 대상지역을 3㎞에서 500m로 줄인다는데 이러면 구제역 방역은 물 건너간 것”이라며 “항상 방역당국의 대처는 한 발자국씩 늦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충북도내에서 가장 매서운 추위를 자랑하는 단양군도 방역의 어려움이 크다.
특히 업무가 바쁜 연초에 구제역 방역 업무까지 겹쳐 일선 공무원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단양나들목 방역초소에서 단양군청에 근무하는 J 모 씨가 구제역 방역활동 중 물건을 들고 일어나던중 허리가 삐긋해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또 대강면 올산초소에서는 C모 씨가 추운 날씨에 방역 호스가 얼지 않게 조치하다 엄지 손가락 인대와 신경이 끊어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청원=심형식·단양=이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