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난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 동안 일어난 일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기간 덕성여대에는 교육부 특별감사 두 차례,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네 차례, 관선이사 파견이 세 차례나 있었다.
65일 간의 전교생 수업 거부, 260일 간의 총장실 점거를 포함해 전국 2555명의 지식인 서명과 기자회견, 재단 항의방문, 성금모금, 가두시위 등 질풍과 노도처럼 일어났던 싸움이 있었다.
저자인 한상권 교수의 부당한 재 임용 탈락으로 촉발된 이 사건이 불합리한 교수 재임용 제도에 대한 불복종 운동인 동시에 대학이라는 공공재를 사유화하고 전횡을 일삼았던 사학재단에 대한 거부운동이라고 밝히고 있다.
부당한 재임용 탈락을 철회하기 위해 싸우던 한상권 교수는 ‘학교가 조용해질 때까지 일 년 동안 해외에 나가 있을 것’을 전제로 한 복직 제의를 거절했다.
지식인과 여러 단체들의 연대를 통해 한상권 교수의 복직 투쟁은 교수들의 교수권과 학생들의 수업권, 직원들의 노동권을 요구하는 전면적인 권리투쟁으로 승화됐다.
이 싸움은 덕성학원의 뿌리를 되찾으려는 기억 투쟁이었다. 덕성학원의 뿌리가 친일파 송금선이 아니라 독립운동가 차미리사에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재단이 주장해 온 설립자의 권리가 근거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기억투쟁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상권 교수는 2008년 차미리사 평전을 펴내고 ‘차미리사 가치’와 ‘송금선 가치’ 사이의 대립에 종지부를 찍었다.
덕성 민주화 운동은 우리 사회가 친일파에 의해 오염된 역사를 청산할 능력이 있는지를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했던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우물물을 마시기 전에 우물을 판 사람의 수고를 기억해야 한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올곧은 세상을 염원했던 수많은 영혼의 희생을 기억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낮지만 굵은 목소리로 일깨워준다. 지난해 8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가 상지대의 운영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구 재단이 추천한 정이사 4명을 승인했다.
같은 달 교과부가 사분위의 의결 내용을 최종 승인하면서 17년 만에 구 재단이 상지대에 복귀했다.
조선대와 세종대에 이어 세 번째 구 재단 복귀 결정이었다.
지난 9월로 임시이사 임기가 만료된 덕성여대도 사분위이 결정을 앞두고 있다.
구 재단측은 전 이사장과 그 가족들을 포함한 이사진 복귀안을 교과부에 제출한 상태다.
5년에 걸친 치열한 투쟁 끝에 덕성한원에서 구 재단이 물러난 것은 2001년이다.
덕성여대 구성원들은 10년만에 다시 차가운 거리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저자 한상권 교수는 1953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양심수 후원회 운영위원과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과 배움을 주고받고 있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