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0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의 원룸 빌라에서 5명의 사상자를 낸 화재는 소방도로 미확보가 화마의 피해를 키운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2일 화재로 전소된 빌라로 진입하는 도로에 한 화물트럭이 주차된 차량을 피해 빠져나오고 있다. 이덕희 기자

새해를 앞둔 지난달 30일, 충북 청주의 한 원룸 빌라에서 중국인 유학생 등 5명의 사상자를 낸 화재는 그동안 지적됐던 원룸 빌라 등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화재 발생 시 위험성을 총체적으로 보여줬다.

도심지역의 다세대·다가구 주택 밀집지역의 화재로 인명피해가 날 때마다 소방도로 확보와 불법 주·정차 근절 등이 지적됐지만 이번 화재 역시 진입로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소방차의 현장진입이 어려워 피해를 키웠다.

특히 방 사이가 붙어 있는 복잡한 원룸 주택의 구조와 불에 약한 건물 외장재도 순식간에 건물을 화마에 휩싸이게 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7시 30분경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의 4층 빌라에서 LPG 누출로 추정되는 불이 나 중국인 유학생 지모(25) 씨가 숨지고 구조작업을 벌이던 박모(32) 소방교 등 4명이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이 불은 건물 2개 동과 집기류 등을 모두 태워 1억 1000여만 원의 재산피해를 낸 뒤 4시간 만에 꺼졌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소방차 25대와 인력 100여 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초기진화에 실패하면서 불길은 금세 건물 전체를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건물 2개 동에 불길이 번지는 긴박한 상황에서 눈으로 얼어붙은 도로와 아무렇게나 주차된 주·정차 차량이 초기진화 실패의 원인이었다.

소방차는 출동 5분도 안 돼 현장 인근에 도착했지만, 빌라에 진입하는 도로에 무질서하게 주차된 차량 때문에 현장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대기해야 했다.

불을 꺼야 할 소방관들도 주차된 차량 소유주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하거나 차를 이동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결국, 소방당국은 소방차가 출동한 지 3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소방도로 미확보가 화마의 피해를 키운 것이다.

복잡한 빌라의 구조와 불에 약한 건물 외장재도 피해를 키우는 또 다른 역할을 했다.

일반 콘크리트 건물과 달리 이날 불이 난 원룸 빌라는 외장이 패널 구조로 돼 있어 불길이 빠른 속도로 번졌다. 특히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원룸 빌라의 특성상 대피와 구조 자체가 쉽지 않았다는 게 소방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진화에 참여한 청주동부소방서 관계자는 “주차된 차량 때문에 건물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며 “소방차가 현장에 들어가지 못해 소화전을 이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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