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산파역이자 전도사라고 해도 아무 무리가 없다. 추진력은 고집스러울 정도다. 정치인이 아닌 전문가의 입장을 내놓기에 당당하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몇 개월이 지났을까. 행정도시에 대한 후속 조치를 단행하지 않자, 그 새를 못 참고 청와대로 찾아가 재촉한 일화는 유명하다. 행정도시가 완성되면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될 거라고 확신에 차 있었다. ‘세종시에서 사실 의향은 없으시냐’고 물으니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지난 한 해는 행정도시 수정론이 제기돼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결국 위원장의 뜻이 관철돼 보람 있는 한 해를 보내지 않았나 싶은데요.

"지난해 큰 이슈 두 가지를 들자면 세종시와 4대강 문제 아닙니까. 4대강은 아직 해결이 안됐지만 세종시는 법률이 통과돼 매듭이 됐습니다. 사실 저는 신행정수도의 처음 제안자로 그야말로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에서는 호랑이 굴로 들어가서 싸운다는 심정으로 싸웠습니다. 나중에 보니 23명의 위원들 중에서 결국 저 혼자만 원안을 주장하고 있더군요. 원안에 대한 당위성은 당초 제안자로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토록 원안을 고집하신 이유가 뭔지요.

“저는 전체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도시 간에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울은 이제 경쟁력을 상실했습니다. OECD국가 중 서울은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입니다. 이렇게 되면 차안에서 거의 생활하게 되는 셈입니다. 서울도 살고 지방도 살기 위해서는 인구분산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장사하는 사람(기업)보고 나가라고 하면 나가겠습니까? 그래서 행정부처가 나오고, 국가에서 투자한 연구기관이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더 이상 이들 기관이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중앙부처, 정부투자기관, 출연기관 등이 분산돼 나와서 서울은 비워져야 합니다. 또 통일에 대비해서도 그렇습니다. 통일 이후 북한 인구가 절반 이상이 남쪽으로 내려온다고 하는데 70% 이상이 수도권에 흡수된다고 했을 때 서울은 더욱 더 마비현상이 일어날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로 재미를 봤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 위원장이 직접 노 전 대통령에게 행정도시를 제안 한 건가요.

"내가 한밭대학교 총장을 하면서 총장회의를 하러 서울을 가면 톨게이트까지는 빨리 가는데 톨게이트에서 서울 시내로 가는 데는 1시간 반에서 2시간 이상 씩 걸렸습니다. 그 때 차안에서 시간을 다 보내면서 '서울에서는 살 수 없겠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수도를 옮겨야 하는데 인구분산의 첫 번째 과제는 무엇인가, 바로 중앙행정부처를 빼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2001년도에 유성관광호텔에서 전국의 교수들을 초청해서 신행정수도를 건설해야 한다고 처음 주장했습니다. 제1안은 돈을 안 들이고 옮기는 방법으로 대전 청사를 옮기는 것이고, 제2안으로 명품도시를 충청권에 건설하기 위해 금강유역에다 신행정수도를 건설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제2안을 선택한 셈입니다."


-그럼 노 전 대통령과 그 전부터 교류가 있으셨습니까.

"아니요, 어느 날 저에게 배우러 왔더라구요. 노 전 대통령이 후보 때였으니까 2002년 봄인 것 같습니다."


- 그 당시에는 행정도시란 개념초차 없지 않았습니까.

"이 때 저는 대전도시개발위원회 회장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후배 소개로 2002년 봄에 처음 노 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그 뒤로도 서너 차례 만나면서 신행정수도에 대한 건의를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보니까 노 전 대통령이 천안에서 신행정수도를 건설하겠다고 공약발표를 하더군요. 결국 제 제안으로 세종시가 탄생하게 된 셈이죠. 당시 유력 후보였던 이회창 대통령후보는 만나지 못했는데 만약 만났다면 그에게도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제안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 그럼 노 전 대통령은 위원장을 만나기 전부터 행정도시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입니까. 아니면 위원장의 제의로 그 때부터 관심을 갖게 된 겁니까?

"아마 제가 제의를 하고 그 때부터 노 전 대통령이 행정도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럼 산파역이신거네요.

"그런 셈이죠. 산파역이면서 제안자이죠. 노 전 대통령은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내게 신행정수도 얘기를 듣고 공약 발표 이후, 저에게 기자들을 상대로 신행정수도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럼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도 자주 만나셨겠네요.

"그런데 12월 당선이 됐지만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 이듬해 2월 취임하고 3월 초순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정치인의 말을 어떻게 믿느냐며 사기당한 거라고 했죠. 그래서 직접 청와대에 찾아가서 왜 연락이 없었냐며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바빠서 연락을 못했다고 하더군요.(하하) 결국 2003년 4월 14일에 서울 세종로 청사 6층에서 현판식을 가졌습니다. 노 대통령, 고건 총리, 수석비서관 등 관계 공무원들이 참석했는데 민간인은 저 하나뿐이었습니다. 여기서 상임추진위원장 역을 맡았고 그때부터 신행정수도가 진행됐습니다. 약속대로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수정안 발언을 했습니다. 그때의 심정은 어떠셨습니까.

"도시계획 전문가로 지금까지 많은 도시를 연구해 본 결과, 중앙행정부처를 수도권에서 빼서 다른 곳을 옮긴다고 했을 때 세종시가 최적지입니다. 그곳은 재해가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시위 등을 통해 주장하는 것보다 '왜 그래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고 설득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국가 장래를 위해서 생각이 잘못됐으면 마음을 바꿔먹을 수 있게끔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에 들어가서 8개월 동안 활동 한 것도, ‘나 홀로 원안’을 주장했다고 하는 것도, 전문가의 입장에서 제가 생각하는 당위성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공장이 들어섰다가 수지타산이 안 맞아 떠나면 어떻게 잡을 수 있겠습니까. 국가에서 주도하는 행정도시가 돼야 발전을 할 수 있지요. 서울 인구분산이 여기에 공장 몇 개 갖다 놓는다고 가능하겠습니까. 전 원안에 대한 당위성을 갖고 설득했습니다."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의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결국 현 정부에 미운 털은 박히지 않았나요.

"민관합동위원회에 장관이 7명, 민간인이 16명이었는데 날이 갈수록 끝에는 저만 홀로 원안을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토론회를 하고 원안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건의문을 계속 전달했습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또 제안자로서 제 철학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미운털도 정치적으로 미운 털이지, 나라를 위해서는 좋은 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당위성을 주장한 것이지, 정치적인 의견이 아니었습니다. 순수하게 전문가로서 의견을 주장한 것 뿐입니다."


-정운찬 전 총리와는 넓게는 고향 선후배 간인데 대척점에 서있었습니다. 그 뒤로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있는지.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있습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세종시에 대한 의견이 달랐을 뿐입니다. 이론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개인적인 감정은 아닙니다. 친구가 오늘 싸웠다가도 내일 화해하는 것 같은 이치입니다."


-지금도 행정도시 반대론자가 있습니다.

"반대를 하고 있는 대부분은 서울에 땅이나 건물을 많이 가지고 있어 땅 값, 집 값 하락을 우려하는 부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도가 분할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천, 세종, 대전의 나눠진 청사가 합해져 도시다운 도시로 개발이 될 것입니다."


- 위원장이 그리는 행정도시의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살고 싶어 하는 도시, 다시 오고 싶어 하는 도시, 이렇게 될 것이라 봅니다. 세종시에는 전월산과 원수산, 금강이 어우러져서 풍치가 좋고 지리적인 위치가 좋습니다. 또 대청댐, 청주공항, 대덕연구단지 등이 있고 영호남 고속도로가 옆으로 지나가 접근성이 뛰어나죠. 투링(two-ring)형 즉, 쌍가락지형의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도시 구조로 많은 관광객이 찾아 와 경제효과도 높을 것입니다. 인근에 백제문화까지 더불어 교육·문화·관광기능을 갖춘 생태환경 도시가 될 것입니다.”


-국제효운동본부 총재도 맡고 있는데 좀 생소한 단체인 것 같습니다.

"효도야말로 가정과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이지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항상 효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효 정신도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효 정신을 파급하기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었지요.”


- 마지막으로 신년설계라고 할까요. 새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세종시를 명품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몇몇 사람만 가지고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세종시는 충청인만이 누릴 수 있는 도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전체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봅니다. 경쟁력 있는 도시건설을 위해 예산 지원이 필요합니다. 충청권에 있는 시·도 단체장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세종시를 위해서 정성을 들이고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는 어느 대가보다도 봉사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세종시를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 민족이 정신적으로 뭉쳐서 세종시가 국제적인 명품도시가 되도록 염원하고 있습니다." <논설실장>

정리= 전민희 기자 manajun@cctoday.co.kr

사진= 김호열 기자 kimhy@cctoday.co.kr


 

강용식 위원장은

△대전 출생 △서대전초, 대전사중, 대전공고 토목과 졸업, 충남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충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전북대학교 대학원 졸업(공학박사)△충남대학교 총학생회장 역임, 충남대학교 총동창회장 역임, 국립한밭대학교 1대총장 역임, 전국 산업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 역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역임(87~88년 대전충남북지역), 대전광역시개발위원회 회장 역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의장 역임,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추진위원 겸 자문위원장 역임,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 위원 역임, 대전충청포럼 대표, 재단법인 대공장학회 이사장, 대한건축학회 참여이사 - 기술상 수상, 한국생태환경건축학회 고문, 국제효운동본부 총재, 국립한밭대학교 명예총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회 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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