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 송자 이사장(전 연세대총장)은 “충청도가 잘 돼야 내가 잘되고 내가 잘 돼야 충청도가 잘된다는 확신을 가지면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라고 새해 덕담을 했다. 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양복 소매 사이로 내의가 보였다.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 내의를 껴입었다고 했다. 일정표를 보니 계획이 빼곡히 잡혀있다. 젊은 사람도 소화하기 어렵겠다 싶었다. 대부분 봉사활동이라고 한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목소리만큼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충청도가 잘 돼야 내가 잘된다는 마음가짐으로 한 해를 보냈으면 합니다."

대전 출신인 송자 '아이들과 미래' 이사장은 신년 덕담으로 '사람과 인재키우기'를 이야기하면서 충청도에서도 인재 키우기에 힘써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송 이사장은 "태어나는 것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향은 결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지요. 내가 태어난 충청도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충청도가 인재를 키우기 위해선 그럴만한 조건을 형성해 줘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송 이사장은 어린 시절 기억을 끄집어내면서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학생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청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 입니다. 집에선 '충청도 양반'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것이 체질화 됐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교수, 교육행정가, 기업 CEO 등을 지낸 송 이사장은 최근엔 사회복지법인인 '아이들과 미래'를 맡아 민간이 주도하는 기부문화 정립에 애쓰고 있다. 송 이사장을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눈높이 보라매센터 5층에 있는 아이들과 미래 이사장실에서 만났다.
 


-충청권 인재 육성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과거와 비교해도 지금 충청도에 인재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엔 특정 학교를 가리켜 ‘00마피아’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충청도 인재들이 나라를 움직였는데 지금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충청장학회를 하면서도 안타까운 점이 있었어요. 좀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지역감정 이야기는 아니지만 고향을 지키고 고향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합니다. 신세지는 것이 아니라 베풀 수 있는 고향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람 잘 뽑고 잘 길러야 합니다."

-혁신과 변화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인재 키우기와 연관이 되는지요.

"사람을 키우는 것과 변화, 혁신은 무척 중요합니다. 생존하는 기업은 끊임없는 변화를 해 오고 있습니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변화하지만 결국 사람은 그 변화를 주도합니다. 대한민국이 발전한 것도 사람을 길러서 성공한 것입니다. 충청도도 사람을 길러야 합니다."

-충청도 젊은이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런 변화를 받아 들여야 할까요

"제가 학교 다닐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Boys be ambitiou리입니다. 야망과 꿈을 가지라는 말이지요. 집에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충청도 양반이 갖춰야 할 교육과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런 것들이 체질화해서 오늘날의 제가 있다고 봅니다. 충청도 양반에 대해선 은근히 자부심을 갖게 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태어난 곳을 결정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태어난 곳을 선택할 수 없지만 태어난 곳을 발전시키는 것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요.

"세계 선진국가의 공통점은 개방과 포용을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도 등소평 이후 개방을 통해 발전한 것 아닙니까. 대한민국이 세계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선 개방과 포용이 필수적입니다. 젊은 세대는 더 그렇지요. 현재 세계 선진국 10위권에 들고 있는 나라의 젊은이들은 2개 국어 이상을 사용합니다. 이것이 개방성이지요. 언어의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누구든 우리나라에 와서 불편함 없이 살아야 하고 우리도 해외에 나가서 문제없이 살아야 합니다. 유대인을 보세요. 개방되고 포용해야 합니다."

-교육전문가이신데,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교육엔 아직 그런 기준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교육정책에 대한 고언도 해주십시오.

"세상이 변하기 때문에 이제는 창조적인 사람을 만드는 교육이 가장 필요합니다. 우리 교육은 '읽고 쓰고 계산하는' 이른바 세상의 지식을 습득하는 데는 세계 제일이지만 이제는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끌고 가야 합니다. 교육엔 3가지 주체가 있다고 봅니다. 우선 학부모입니다. 맹자 어머니 이야기도 있지만 교육은 학부모에게 선택권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선택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주고 책임까지 지도록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학교입니다. 학교는 경쟁력을 가져야 합니다. 공립에는 정부가 지원을 하고 사립에는 재단이 지원을 해야 합니다. 학교에 자율권을 줘서 경쟁을 시켜야 합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학교가 집보다 좋았습니다. 철봉도 있고 풍금도 있고 책걸상이 있어서 공부하기 좋았습니다. 학교 가는 것이 즐거워야 합니다.

마지막엔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과거에는 돈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충분한 투자를 통해 교육을 업그레이드 해야 합니다. 교육이라면 수능, 등록금 인상 문제 같은 것만 생각이 드는데 이건 아닙니다. 솔직히 모두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잘할 수 있는 것만 잘하려고 해야 합니다."
 

   
▲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공동모금회 비리 파문 등으로 기부금 모집이 저조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아쉽습니다.

"기부문화가 정착이 되려면 '티끌모아 태산'이란 말이 실현돼야 합니다. 월드비전 같은 단체는 40만 명 정도 되는 회원이 1500억 원을 기부합니다. 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대기업 등에서 큰 덩어리로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공동모금회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공무원 같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미래만 해도 기부금을 끌어내기 위해 그 단체나 사람에 맞는 제안을 하는데 공동모금회는 그런 것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서 그 돈을 주주와 종업원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주주와 종업원들이 소액으로 기부해 '소수가 많이 기부하는 형태'가 이뤄지지 않을까요."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하고 갈 수 없습니다. 어떤 교훈을 가져야 합니까. 정치권에 대해서도 할 얘기가 많으실텐데.

"장기적으로 보면 큰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충청도 속담에도 '설마가… ' 뭐 이런 것 있는데요. 이번에 안보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어요. 개인으로 말하면 '건강이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와 비유할 수 있겠지요.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치권은 이제 싸움 그만하고 타협과 협상으로 가야하는 것 아닙니까. 창피한 일입니다 정치권 싸움은. 정치는 절대선이 있는 것이 아니니 설득하고 설득당하고 해야 합니다."

-지역에서는 경제 활성화가 최대 화두입니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 아닙니까. 지역경제 살리려면 사람이 모여드는 대전·충남을 만들어야지요. 그러기 위해선 교육이 잘돼야 합니다. 대전·충청 교육이 잘 되면 기본 인프라가 깔린 것으로 봐도 됩니다. 그 기반 위에 돈이 없으면 자본유치를 해야지요.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들이 구경꾼이 되면 안 됩니다. 충청도는 '그랬씨 유' 하는 소극적 이미지가 있는데 그러면 안 됩니다. '충청도를 가면 역동적이다'는 분위기를 잡아줘야 합니다. 학교, 기업, 종교 모두 분위기가 중요한 것 아닙니까.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 공부하는 분위기, 기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지요. 성공한 기업은 노사가 더불어 열심히 합니다. 광역단체장들과 대전 충남 의회도 더불어 애쓰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고향에는 자주 가시는지요. 가족의 소중함을 점차 잊고사는 세태입니다. 가정폭력도 빈발하고.

"지난주에도 특강하러 다녀왔어요. 형제들이 있어서 자주 왔다 갔다 합니다. 교통이 편리해 당일로 많이 그러지요. 가정은 둘이 보태서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성취욕이 높은 아이들은 결국 가정에서 부모들과 식사하고 대화하는 애들인 경우가 많아요. 저도 어릴 때 조부, 조모와 함께 살면서 반복적으로 절하는 교육 받으면서 예절이 몸에 밴 경우에요.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대화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가정이 이상적이지요."

-교수로, CEO로, 경제 전문가로 폭 넓은 활동을 하셨는데 향후 계획은.

"최근에 우리 동기가 인생의 3모작이란 책을 발간했는데 거기에 추천사를 썼어요. 이제 세상은 한번으로 끝내려고 해선 안돼요. 삶이 길어졌기 때문에 2모작, 3모작해야 합니다. 무엇을 하든 '섬기는 삶'을 살면 됩니다. 요즘에 일본 은행 전직 지점장들은 은행 도어맨을 한다고 합니다. 교수가 제 1모작이었다면 지금은 2모작인 셈입니다. 특강하거나 교육하고 있는 일을 하니 말입니다. 조금 있으면 이것도 못할 수 있는데 그러면 지금까지 쌓은 경험으로 도움 줄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관여하는 곳이 많아요. 이제는 몸으로 때우는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올해는 토끼해입니다. 덕담 한 말씀.

"21세기로 들어와 또 10년이 지났습니다. 2011년은 이제 새로운 10년의 시작입니다. 지난해 연평도 포격이란 무거운 분위기에 눌렸다면 올해는 토끼처럼 깡총하고 뛰어 봅시다. 깡총 뛰면서 오대양 육대주를 누볐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링컨 대통령이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을 이야기 했는데 모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of는 사람의 중요성, by는 구경꾼이 아니라 참여하고 책임지는 사람, for는 어떤 일에 확신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충청도가 잘 돼야 내가 잘되고 내가 잘 돼야 충청도가 잘된다는 확신을 가지면 모든 일이 잘 될 것입니다." <논설실장>

정리=김종원 기자 kjw@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송자 이사장은>

△1936년 대전 출생

△대전고, 연세대 상대, 워싱톤 대학 경영학과 경영대학원 석사 박사, 고려대 명예 법학박사

△커네티컷대학교 경영대학원 조교수, 부교수,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영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기획실장, 한국회계학회장, 연세대학교 총장, 명지대학교 총장

△국제경영개발원 이사장, 국제교육재활교류재단 이사장, 고문, 월드비젼(구 선명회)이
사, 월드비젼 인터내셔날 (국제월드비젼)이사, 예술의전당 후원회 회장·고문, 맥지사회교육원 이사장, 재경 대전고등학교 동문회 회장

△교육부장관, ㈜대교 회장, 한국사이버대학교 총장

△Safe Kid Korea 공동대표, 아이들과 미래 이사장, 충청장학회 이사, 학교법인 봉암학원 이사, 한국가이드스타 이사장, 학교법인 숭실대학교 이사, MBC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저서 및 역서
회계원리, 회계감사, 원가회계,한 가지라도 똑 부러지면 되는거요 등 다수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