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들의 재산으로 장학재단을 만들어 후학양성에 힘써온 이은영(앞줄 오른쪽)·최영희(앞줄 가운데) 씨 부부가 27일 충북도교육청으로부터 27회 단재교육대상 사도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시상을 받은 가운데 오제세 국회의원(앞줄 왼쪽) 등 제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규철기자  
 
전직 교사 부부가 자신들의 재산과 퇴직금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해 무려 18년 동안이나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돕는 등 존경받는 사도(師道)상을 보여주고 있다.

화제의 인물은 지난 1992년 교사 퇴직금 전액을 장학재단 설립에 내놓은 아내 최영희(72) 씨와 자신이 사뒀던 토지의 도로 편입 보상금으로 장학재단 설립의 꿈을 이룬 남편 이은영(74·전 청주중·대성중 교사) 씨.

이은영 이사장은 "1950년 청주중학교에 입학했는데 6·25사변이 터지면서 어려움을 겪게 돼 서문동의 고모부 댁에서 등교하기도 했는데 고모부님께서 등록금을 대주시기도 했다"며 "나중에 장학재단이나 사학재단을 설립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장학재단을 만들게 된 동기를 밝혔다.

부인 최영희 씨는 "남편은 결혼하자마자부터 재산은 내 것도 당신 것도 아니다. 나중에 좋은 일에 사용하자고 입버릇처럼 말해왔고 좋은 일을 하겠다는데 반대할 일이 없었다"고 말해 부창부수(夫唱婦隨)임을 나타냈다.

아내 이름의 '희'자와 남편의 이름에서 '영'자를 따 희영장학재단을 설립한 이은영·최영희 부부는 총 3억 원을 출자, 지금까지 중학생 50명, 고등학생 169명, 대학생 120명 등 총 339명에게 4억 40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해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공부에 열중하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줬다.

이 이사장은 청주중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할 때도 시험에서 100점을 맞는 학생에게는 사비로 영·한사전을 선물하는 등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자인 오제세(민주당·청주 흥덕 갑) 국회의원은 "선생님께서는 모든 일에 철두철미하고 열정적이셨고 혼신을 다해 가르치셨다"며 "동기 중 서울 경기고에 7명이 합격했고 당시 청주중은 전국에서 몇 번째 안갈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또한 강상무(충북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 씨는 "선생님이 좋아 영어 교사가 됐다"며 "도교육청에서 단재교육대상을 드리겠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으나 그때마다 거절하셨다가 이번에서야 수락하셨다"고 말해 이 이사장 부부의 선행을 알렸다.

이러한 열성적인 지도로 성장한 제자들은 오제세·변재일 국회의원, 한범덕 청주시장, 정가흥 충북도교육청 교육국장 등 지역사회의 인재로 성장해 리더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27일 충북도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27회 단재교육상 시상식에는 희영장학재단에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과 이 이사장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제자 등 30여 명이 찾아와 이 이사장의 수상을 축하했다. 이 이사장은 현재 청원군 문의면에 1000여 평의 농장을 가꾸며 산다.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앞으로 5~10년이면 내 인생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이 이사장은 "후년이면 희영장학재단 설립 20주년이 되는데 그 때가 되면 모든 현직에서 은퇴하고 나머지 재산도 희영장학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혀 아름다운 마무리를 예고했다.

김규철 기자 qc258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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