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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천시 송학면 송한리 방역 초소에 설치된 소독시설. 방역요원이 뜨거운 물을 부어 분사 노즐을 녹이자(왼쪽) 분사노즐에서 소독약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제천=이대현 기자 | ||
“소독 분사노즐이 꽁꽁 얼어붙어 뜨거운 물로 녹여가며 방역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0℃ 밑으로 뚝 떨어진 26일 제천시 송학면 송한리 81번 지방도.
강원도 평창 쪽에서 유입되는 차량소독을 위해 설치한 U자형 소독시설에는 밤새 얼어붙은 얼음이 새하얗게 뒤덮여 있었다.
몇몇 방역 공무원들이 꽁꽁 언 노즐에 연실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소독약을 분사하려 하지만 역부족으로 보였다.
또 다른 공무원들은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꽁꽁 얼어붙은 도로 바닥에 뿌연 생석회를 수시로 뿌려대고 있었다.
소독시설을 통과한 차량의 앞 유리에는 그나마 근근히 뿌려진 소독약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소독시설을 통과한 운전자들은 얼마가지 못해 차를 세우고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유리에 얼어붙은 얼음을 긁어댔다. 정부에선 분무 소독을 권장하지만 한파가 계속되면서 사실상 소독 분무는 힘들어 보였다.
경북 안동발(發) 구제역이 경기도에 이어 강원도 원주까지 확산되자 경상도와 강원도에 둘러쌓인 충주·제천·단양 등 충북 북부지역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26일 이들 지자체에 따르면 원주와 불과 50㎞ 안팎 거리인 제천시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위주로 운영했던 1단계 방역 체계를 최근 3단계로 강화했다. 방역 초소도 기존 4개에서 7개소로 확대 설치했다. 방역 초소와 각 읍면동을 포함해 26일 현재 300t의 생석회를 투입하는 등 차단에 총력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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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현재 고정식(U자형) 소독시설 14개(임대 4개), 동력 분무기 37대를 확보하는 등 ‘철통 방어’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 내년에는 고정식 소독시설 5대를 추가 확보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방침이다. 26일에는 이시종 지사가 방역초소를 방문해 방역 실태를 점검했고, 25일에는 최명현 시장이 오전부터 초소를 찾아 현황과 대책을 논의했다.
지난 4월 최악의 구제역 악몽에 시달렸던 충주시 역시 초비상 상태다. 시는 소태 구룡과 덕은리 앙성 단암 등 강원 경계에 방역 초소를 추가 설치하는 등 재발 방지에 ‘올인’하고 있다. 초소마다 민간인 2명과 공무원 1~2명이 방역을 벌이고 있다.
소방서는 급수 지원을, 농·축협은 축산시설 소독을 매일 실시하고 있다. 시는 현재까지 방역 초소와 축산 농가에 4160㎏의 소독약과 200t의 생석회를 투입했다.
경북 영주와 접경인 단양군도 애 타기는 마찬가지다. 군은 기존에 운영했던 6개 방역 초소를 10개소로 확대했다.
매일 공무원 31명과 민간인 60명 등 91명이 2~3교대로 차단에 총력을 쏟고있다. 하지만 연일 계속되는 매서운 한파가 방역에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연중 이어지는 비상 근무도 공무원들을 녹초로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방역 공무원들의 피로 누적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구제역 발생 지역을 위주로 예산 등을 집중 지원하다보니, 재정 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들이 예비비로 방역을 할 수 밖에 없는 재정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데다 전국적인 방역이 이뤄지면서 각종 방역 장비와 약품이 품귀 현상을 빚는 것도 큰 고충이다. 자치단체들이 가뜩이나 힘든 재정에 물량을 확보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자치단체들이 방역에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북부지역 자치단체들은 “열악한 재정 형편에도 예비비로 비싼 약품 및 장비를 구입하기 때문에 재정적 부담이 큰데다, 약품 및 장비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여기에다 날씨까지 추워 공무원들의 피로가 극에 달했으며, 며칠 전에는 단양군 공무원이 얼어붙은 소독 분사 노즐을 칼로 제거하려다 손가락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는 등 피로누적으로 인한 안전 사고에 노출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제천=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