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총선이 1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충청 정치권에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지난 2008년 4·9 총선을 통해 등원해 내년이면 3년차 국회의원이 되지만,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한데다 민심도 점차 냉랭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한 해만 하더라도 세종시 수정안 논란과 4대강 사업 갈등,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 지역 명기 누락 등 정국의 흐름을 관통하는 굵직한 정치 이슈들이 충청권을 중심으로 터져 나왔지만, 충청인의 뇌리에 남을만한 활동은 고사하고 정치권의 무기력함만 보여줬다.

◆세종시 논란에 정치권은 ‘흔들’

지난해 9월 정운찬 국무총리의 세종시 수정안 발언으로 시작된 논란은 올 해 1월 11일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정치권 전반에 걸친 전면전으로 확산됐다.

논란이 심화되자 충청을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원안 사수’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고, 민주당 양승조 의원(충남 천안갑)은 22일 간의 단식 투쟁으로 날선 민심을 대변했다. 그러나 양 의원의 목숨 건 투쟁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거대 여야 정당의 힘겨루기 과정에서 그 의미가 퇴색됐고, 선진당은 소수 정당으로서의 한계를 또 한 번 맛봐야 했다.

세종시 논란을 매듭지은 건 극한 대립을 달리던 여야 정치권이 아닌 충청인이었다. 충청인은 6·2 지방선거에서 수정안을 지지하던 한나라당에 책임을 물었고, 결국 국회 표결로 수정안이 부결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한나라당에 묻는 충청인의 엄중한 경고인 동시, 충청 정치에 보내는 마지막 경고 메시지였다.

그럼에도, 지난달 말 ‘원안’인 세종시건설특별법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보여준 충청 정치권 내부의 잡음은 ‘소지역주의’에 빠진 의원들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충북 청원군 일부지역의 세종시 편입을 둘러싸고 충북지역 의원들은 반대 입장을 피력했고, 충남지역 의원들은 찬성 입장을 보이면서 갈등 관계 직전까지 번졌다.

◆과학벨트도 한 목소리 못내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입지·조성’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은 충청 정치권에 형성된 어설픈 ‘공조’의 현 주소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이명박 대통령의 충청권 대선공약으로 당연히 조성돼야 할 과학벨트가 국책 공모 사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도, 충청 정치권은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설전을 벌이는 ‘촌극’을 보였다.

염홍철 대전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를 비롯해 민주당 변재일 의원과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 국민중심연합 심대평 대표 등 초당적으로 모인 이날 자리에는 ‘성명서’ 채택과정에 충청지역 한나라당 의원(김호연·송광호)이 배제됐다.

이어 심 대표가 이에 대해 지적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측 의원들과 설전이 오고 갔다. 어렵사리 일부 참석자들만 성명서에 사인하는 것으로 이날의 촌극은 마무리됐지만, 이를 지켜본 충청인은 “성명서 하나 채택하는데도 티격태격하는데, 합심해서 과학벨트를 지켜낼 수 있겠는가”라는 개탄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심은 냉랭

충청민심의 냉기류에 대해 정치권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상당히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충남의 A 국회의원은 “올해는 정말 뜨겁게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정치권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며 소회했다. 이 의원은 “지역구에 내려가 보면 그 어느 때 보다 유권자들의 시선이 따갑다”며 “열심히 했다라는 생각에 허탈하기도 하고, 정치인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진당 소속의 B 의원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선진당이 선전한 것은 선진당이 잘 해서 표를 던져 준 것이 아니다”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거대 여야 정당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겠지만, 선진당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이자 ‘경고’라고 본다”고 말했다.

B 의원을 말처럼 충청인이 주는 마지막 기회를 정치권이 잡을 것인지, 아니면 당리당략에 빠진 채 ‘네 탓 공방’만 벌이다 총선을 앞두고 읍소하며 ‘한 표’를 호소할 지는 좀 더 지켜볼 문제이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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