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인사를 앞두고 계급정년과 승진에서 누락된 경찰들이 대거 살길을 찾아 나서면서 인재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40대 후반의 한참 일 할 나이임에도 계급정년이란 암초를 피할 수 없거나, 적잖은 근무부담이 이직 원인으로 분석되면서 특단의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올 연말이나 내년 1월 경찰복을 벗고 타 직장으로 떠나는 경정급 간부는 대전경찰 3명, 충남경찰 2명 등이다. 5명 모두 경찰대학이나 간부후보생 출신으로 조직 내에서 소위 엘리트 그룹이라 불리는 인물들이다. 더구나 이들 중 3명은 수천 명의 신청자가 몰려 경찰의 자존감을 뒤흔들었던 도로교통공단 신분전환 신청자다.

대전청의 경우 이승재(경찰대 2기) 서부서 경비교통과장과 김종하(경찰대 2기) 둔산서 생활안전과장, 충남청은 강명희(간부 31기) 지방청 교통안전계장이 각각 교통안전공단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들 모두 1998년과 1999년 경정계급을 단 후 총경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14년 계급정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대 2기 출신으로 올해 말 계급정년을 앞둔 김명수 대덕서 경비교통과장은 최근 경찰과 관련한 법률서적을 발간하고 퇴직 후 경찰고시학원 진출을 앞두고 있다.

얼마 전 명예퇴직한 유재호 전 공주경찰서 생활안전과장 역시 충남도교육청에서 공개모집한 개방형 감사담당관에 임용, 내년 1월 1일부터 근무를 하게 된다.

이 밖에 또 다른 경찰대 출신 간부(경정) 역시 해양경찰로 전직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대 6기인 금산경찰서 박호정 경위도 지난 9월 퇴직 후 한 대학에서 교수로써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이처럼 경찰들의 연이은 제복 벗기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제각각이다. 경정은 14년, 총경은 11년 등 규정된 계급정년으로 고공승진을 이어온 경찰대와 간부후보 출신들의 때이른 퇴직 속출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동정론이 확산되는가 하면 우수한 인재의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로교통공단을 비롯한 다수의 이직자에 대한 부러운 시선도 적지 않아 '기회만 있다면 경찰직 쯤이야'라는 엑소더스(exodus) 의식 역시 팽배한 상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인사 적체 해소 차원의 계급정년에는 공감하지만 이로 인해 젊은 나이에 직장을 잃는 것도 또 다른 사회적 문제"라며 “근무부담으로 이직을 고민하는 경찰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처우개선을 비롯한 퇴직자 진로모색 등 다양한 배려가 필요한 때"라고 꼬집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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