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놀다 늦게 귀가하는 것이 두려워 경찰에 허위 납치 신고를 한 철없는 여중생 때문에 한밤 중 큰 소동이 빚어졌다.
지난 16일 밤 10시 20분 40대 여성이 다급한 듯 신탄진지구대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 여성은 “딸이 납치됐는데 다행히 도망친 것 같다”고 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 여성과 함께 밖으로 나가 지구대 인근 편의점 앞에 서있던 딸 B(15) 양을 만났고, 이내 B 양의 진술을 토대로 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B 양의 말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종합해보면 이날 오후 6시 경 중구 은행동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도중 30대 남성이 다가와 “같이 놀러가자, 나를 모르냐”는 식으로 강제로 팔을 끌어 승합차에 태웠다는 것.
이 괴한은 B 양을 태워 4시간 여 동안 대전역, 읍내동 등 대전 시내를 돌았고, B 양은 오후 9시 50분 경 대덕구 목상동 한 음식점 앞에서 차량이 신호 대기를 위해 멈춰선 순간 차 문을 열고 탈출했다.
신고를 접한 경찰은 대덕경찰서와 중부경찰서 형사과 직원 100여 명을 동원, B 양이 지목한 차량과 용의자 인상착의를 토대로 동선 주변을 수색하는 등 대대적인 검거 작전에 펼쳤다.
하지만 몇 시간 뒤 B 양의 진술은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경찰은 B 양이 지목한 납치장소와 동선 인근에 설치된 CCTV를 분석했지만 진술과 달리 승합차나 B 양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B 양을 추궁한 끝에 허위 신고였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한밤 중 납치범 검거 소동은 신고 5시간 만에 끝이 났다.
알고 보니 B 양은 학원을 빠지고 남자친구의 집 근처에서 놀다가 귀가가 늦어 부모님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납치라는 가짜 시나리오를 생각해 낸 것으로 전해졌다. B 양은 경찰에서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찰 관계자는 “B 양의 납치신고로 한밤에 비상이 걸렸지만 일단 무사히 귀가해 다행”이라면서도 “철없는 10대의 행동을 선처해 줄 수 있지만 허위신고에 대한 경각심 고취 차원에서 경범죄처벌법위반(허위신고)으로 즉결심판 청구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