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하고 어수선하던 연말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사태로 가라앉은 사회분위기 탓에 관공서나 기업은 연말 모임을 취소하는가 하면 술자리 대신 봉사활동이나 공연관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한 취업포털에서 기업에 근무하는 남녀 직장인 7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선호 송년회 유형을 보면 35.6%가 술을 지양하는 조촐한 모임이라고 답해 흥청망청 마시고 즐기는 연말 모임은 이제 옛말이 됐다. 이어 문화공연 관람이 19.3%, 간단한 점심식사(14.3%), 레저 활동(7.9%), 불우이웃 돕기(5.0%) 등의 순이었다.

여기에 최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후 '자중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각 관공서나 기업체 역시 직원 송년회식을 취소하거나 간단한 점심식사로 갈음하고 있다.

대전시나 충남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사회적인 분위기를 감안해 시장 참여 연말 행사나 모임은 가능한 축소 또는 지양하는 모습이고, 부서별 송년 행사도 대부분 일정을 잡지 않거나 계획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 역시 내년 신청사 건립 예산 확보 등으로 도지사가 국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행정·정무부지사가 행사에 대신 참여하거나 송년 일정을 소화하는 모습이다.

또 대전지방검찰청은 매년 유관기관들과 함께 개최했던 송년회를 전격 취소하는 한편 연평도 사태이후 비상근무 중인 육군 32사단 장병을 위문하고 행사 예산도 위문품과 성금으로 전달했다.

대전지방법원은 최근 시민과 법원 가족, 지역 보육원생 초청 송년음악회를 여는가 하면 법원 판사들의 연말 모임도 구내식당에서 조촐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송년회 형태도 점차 변화해 술이나 식사 대신 문화 공연을 관람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뮤지컬과 연극, 음악회 등이 열리는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의 상당수 공연에 단체 관람객이 다수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 1월 2일까지 모두 21회 공연이 예정된 한 연극의 경우 매회 단체 관람객이 1~2팀 씩 포함돼 있고 연말까지 거의 매진된 상태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매 공연마다 기업체나 공사 직원들의 단체관람 문의가 잇따라 한번에 100석 이상 예약한 경우도 있다”며 “여성직원이 많은 기관·단체의 경우 술 마시는 송년회 보다 공연관람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호텔이나 숙박시설은 기존 예약 취소나 예년보다 줄어든 송년모임으로 울상이다. 대전 유성의 한 호텔은 연회실이나 객실 예약이 지난해보다 5~10%가량 줄어든 상태고, 또 다른 호텔도 객실 예약건수가 5% 정도 감소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최근 구제역과 AI 여파까지 겹치면서 기업체나 각종 기관 단체들이 예약했던 송년모임을 취소하는가 하면 연평도 여파로 외국인 방문객이 줄어 객실 예약도 다소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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