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표 전 청주흥덕경찰서장과 사행성게임장 업주와의 연루의혹을 둘러싸고 충북경찰이 ‘제식구 감싸기식’ 부실수사 논란에 휘말렸다.
경찰은 자체수사를 벌이고도 의혹해소를 하지 못한 채 사실상 종결 처리한 반면 검찰은 핵심인물인 브로커를 구속기소한데다 홍 전 서장에 대해서도 일부 혐의를 확인하는 등 수사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청주지검은 사행성 게임장 업주에게 단속정보를 제공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으로 홍 전 서장을 형사입건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홍 전 서장의 혐의는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청주흥덕서장으로 재직하면서 고향 선배인 김모(70) 씨에게 관할지역 내 게임장 단속정보를 제공한 뒤 4600여만 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2일 홍 전 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청주지법은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없고,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조만간 홍 전 서장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홍 전 서장에 대한 수사는 경찰에서 먼저 이뤄졌다.
지난 5월 김 씨가 홍 전 서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오락실 업주로부터 수백만 원을 받았다 되레 업주들로부터 수천만 원을 뜯겼다는 내용이 담긴 투서가 접수되자 홍 전 서장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직접 충북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에 나선 충북경찰청은 연루의혹을 뒷받침할만한 마땅한 정황이나 증거가 없어 김 씨 동생 등 오락실 업주 2명만 구속하고, 지난 7월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당시 경찰내부에선 김 씨가 오락실 업주들로부터 금품을 착복하기 위해 홍 전 서장과의 친분관계를 빙자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 바통’을 넘겨받으면서 사건은 반전됐다.
검찰은 조사과정에서 “모든 것은 형이 했다. 난 시키는대로만 했을 뿐”이라는 김 씨 동생의 진술과 "김 씨가 경찰서장과의 친분관계를 내세우며 돈을 주면 단속정보를 빼내주겠다"는 오락실 업주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급기야 홍 전 서장에 대한 의혹해소의 ‘열쇠’이자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 씨를 붙잡아 지난달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홍 전 서장에게 3000여만 원을 건넸다”는 김 씨의 진술을 확보, 최근까지 홍 전 서장 자택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벌여왔다.
홍 전 서장은 검찰조사에서 "김 씨로부터 단속정보제공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다가 김 씨와의 대질심문이 이뤄지자 "대가성 없이 회식비 명목으로 소액을 받은 적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락실업자, 김 씨 등 같은 인물들을 대상으로 벌인 수사에서 경찰은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손을 뗀 반면 검찰은 홍 전 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엇갈린 결과물을 내놓았다.
‘제식구 감싸기식’ 관행에 얽힌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부실수사’ 논란을 키우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감찰을 한 경찰은 구속된 오락실 업주에게 수개월간 단속정보를 유출한 당시 청주흥덕서 단속부서요원인 유모 경사를 지난 8월 파면조치했다. 경찰은 “단속정보제공은 드러났지만 금품수수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다른 직원들도 사행성 오락실과의 유착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실명까지 거론돼왔지만 진위파악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홍 전 서장의 사표제출도 논란증폭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7월 말 정기인사와 맞물려 홍 전 서장은 ‘심혈관질환에 따른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했다.
하지만 경찰내부에서는 당시 ‘지휘부의 사표제출 종용설’이 비중있게 흘러 나왔다.
홍 전 서장과 경찰입문 동기였던 한 고위간부가 “문제가 될 것 같으니 조직을 위해 사표를 내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경찰의 부실수사 여부가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유죄 판결시 비난은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게 경찰 안팎의 중론이다.
한 경찰간부는 “충분히 ‘제식구 감싸기식 부실수사’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면서 “경찰이 스스로 화를 키운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