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사가 교통사고가 났을 때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도로와 교통시설 미비 등의 이유를 들어 해당 지자체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소송이 잦아지면서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단 소송이 시작되면 부족한 예산에서 변호사 선임 등 별도비용의 추가지출을 걱정해야 하고 패소했을 때 더 큰 비용의 지출을 떠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충북도 등에 따르면 도내 12개 시·군이 지난 2008년부터 올해 10월까지 보험사로부터 당한 소송은 총 30건으로 전체 소송액만 6억 3000여만 원에 달한다.

시·군 별 소송액을 살펴보면 청주시는 총 4건 소송에 2억 4000여만 원의 소송액을 기록했고 충주시는 6건의 소송에 1억 5000여만 원의 소송액을 나타냈다.

영동군은 3건에 9500만 원, 진천군은 3건에 5000여만 원, 청원군은 5건에 1400여만 원, 단양군 2건에 1000만 원이었다.

도내 다른 지자체들도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대의 소송을 겪었거나 진행 중이다.

최근 보험사가 지자체를 상대로 낸 소송을 살펴봐도 지자체들의 떠안는 부담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지난 15일 충북 괴산군 문광면 인근 국도에서 가드레일 미설치에 따른 교통사고로 숨진 운전자의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A보험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청주지법은 “유족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사고 당시 운전자는 무면허로 운전하다 빙판길에 미끄러지며 가로수를 들이받아 숨졌고 비가 내린 날씨의 특성이 있었지만, 법원은 일부 책임을 국가에 돌렸다.

사고 지점 도로에 ‘빙판 주의’라는 표지판과 가드레일이 있었지만 도로의 반경과 원심력, 차량의 진행방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가드레일을 너무 짧게 설치했다는 게 책임의 이유였다.

지난 6월에는 과속방지턱 색깔이 눈에 잘 띄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이유로 법원이 보험사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 소송에서도 운전자인 버스기사가 제한속도를 넘어 운행했고 과속방지턱을 넘다 뒷좌석의 승객 2명이 다친 사고였지만 법원은 지자체가 사고방지를 위한 상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들어 일부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렇다 보니 명백한 도로 결함이 아닌 운전자의 잘못으로 난 사고에도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게 지자체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그나마 시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비교적 덩치가 작은 구나 군청은 구상권 소송에 휘말리면 우선 예산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교통사고의 원인에서 도로의 약간의 결함으로도 보험사는 소송을 제기하는 면이 없지 않다”며 “이로 인해 결국 행정력과 예산낭비가 되고 있고 해당 지자체는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가 무조건 손해를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교통사고가 운전자의 과실이 크더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도로의 책임이 있다면 그 책임을 지자체에 묻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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