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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전 충남지사가 세종시 원안 관철을 주장하며 지사직을 사퇴한지 3일로 꼭 1년을 맞는다.
지사직을 사퇴한 지 1년여 동안 별다른 정치적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지난달 29일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잠재적 대권주자로 손꼽히고 있는 그의 행보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도지사직을 내놓고 몸을 던지는 길만이 충청인들의 자존과 영혼을 지키는 길”이라며 세종시 원안추진을 관철시키기 위해 대의를 버릴 줄 알았던 인물이기에 더욱더 그러하다.
이 전 지사는 2일 충청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저런 고민이 왜 없지 않았겠나. 그러나 그런 선택이 없었다면, 충청인들의 정신적 공황이 더 컸을 것”이라며 “도백으로서 여러가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있었지만, 누군가는 짐을 짊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약속을 지켰을 뿐”이라고 술회했다.
‘국민을 상대로 신뢰와 믿음이 깨지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면서 신뢰와 믿음이 최상의 가치라며 앞으로도 그런 정치를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이 전 지사는 그러나 “세종시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고 해서 다 된 것은 아니다”면서 “오는 8~9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예상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정상적으로 차질없이 세종시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지사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한나라당 충청몫 최고위원 인선과 관련, “누가 해야 하는 문제보다는 대전, 충남·북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맡아야 한다. 중앙과 언로가 막혀있는 상황에서 충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충청의 입장을 중앙에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촌평했다.
그가 몸을 던지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게 ‘신의’였던 것처럼,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에서 충청을 얘기할 만한 인물이 그리 많지 않은 데 대한 일갈로도 해석된다.
2년 앞으로 다가온 19대 총선과 관련한 이 전 지사의 입장은 단호했다.
“그동안 정치에 관해 말을 아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방침에 반발해 지사직을 사퇴하고, 6·2 지방선거 불출마 약속을 지켰지만 ‘현실 정치의 장’으로 나오라는 도민들의 요청이 적지 않다. (출마를) 전향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의외로 그의 대답은 명료했다.
이 전 지사는 “대전이든, 충남이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다만 충청을 위해 뚝심을 펼쳐보일 수 있느냐는 오직 충청인의 부름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폭발력으로 볼 때 그의 출마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대전·충남지역 정치지형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더구나 ‘충청 대망론’을 얘기할 수 있는 인물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총선을 발판으로 충청을 대표하는 인물로 키워야 한다는 여론이 광범위하게 퍼질 경우 파괴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전 지사는 요즘 한반도 운명을 가늠할 수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 틈틈이 공부하는 등 북한 연구에 심취해 있다고 한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국회 대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장성택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 등을 만나 남북문제를 논의했고, 우송대·순천향대에서 북한 핵과 세습문제 등에 대해 강의했던 경험이 밑천이다.
지사직 사퇴이후 지금껏 '정치권과 거리두기'로 일관하고 있지만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가 예측불허의 정치판에서 언제 어떻게 진면목을 드러낼 수 있을지 지사직 사퇴 1년을 맞으면서 각계의 시선이 또다시 그에게로 쏠리고 있다.
나인문 기자 nanew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