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꼭 어느 쪽이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전통 주조법으로는 예술적 가치가 높은 범종의 제작도 가능합니다."
중요 무형문화재 101호 금속활자장 전수교육조교 임인호(45) 씨는 새빨간 불길이 솟아오르는 화로 옆에서 연신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도 우리의 전통 금속활자 주조법을 설명하는데 여념이 없었다.'상상'을 주제로 열리는 '2008 청주직지축제'에서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배드민턴장과 수영장 사이 야외전시장에 가면 우리나라와 독일의 전통 금속활자 주조법을 비교 시연하는 '동·서양 인쇄 비교시연회'를 만날 수 있다.
동·서양의 인쇄기술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원료가 되는 금속을 녹여 주형틀에 붓고 활자를 분리해 종이에 찍어 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우리의 금속활자 제조법은 한 글자를 만들어 내기 위한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고, 독일의 금속활자 제조법에서는 쉽게 만들 수 있는 실용성이 강조된다.
특히 양 국가가 이용하던 금속에서 차이가 난다. 독일의 금속활자는 360℃에서 녹는 납을 이용하기 때문에 모든 작업이 간단히 이뤄지고 활자도 빠른 시간에 만들어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1200℃에서 녹는 청동을 이용하기 때문에 큰 화로가 필요하고 쉿물을 다루는데 보다 높은 기술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금속활자는 납활자에 비해 오랜 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독일 쿠덴베르크인쇄박물관의 추천을 받아 이번 내한한 마르티노스 얀센(43) 씨는 "독일은 금속활자로 납을 이용했기 때문에 제조법이 단순하다"며 "한국의 금속활자 주조법은 매우 흥미롭고 오래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