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불합리하게 설정된 해상경계를 바로잡는 일이 서천군은 물론 충남도, 나아가 국가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올해는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던 ‘경술국치’ 100주년,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난 독립 65주년을 맞는 해라는 점에서 일제잔재를 온전히 떨치기 위해서는 일본 식민지 시절, 잘못 설정한 해상도계(道界)를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제가 임의대로 해상경계를 획정하면서 군산은 전북 전체 수역의 65%에 달하는 넓은 수역을 갖게 된 반면, 서천은 충남 전체수역의 4%에 불과한 비좁은 구역에서 조업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상황에 직면해 있어 부당한 도계 조정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현안으로 부상한 상태다.

때문에 위도 36°선인 유부도는 충남 서천해역인 반면, 이보다 북쪽인 위도 37°선인 연도는 전북해역으로 설정돼 서천 어민들은 조상대대로 고기잡던 사실상 자신들의 앞바다를 내준 채, 협소한 어장에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게다가 서천 앞바다라 할 수 있는 군산수계에서 고기를 잡다가 적발되면 도계를 넘었다는 이유로 범법자로 몰리는 상황까지 맞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불합리한 것을 알면서도 정부가 100여 년 동안 해상경계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왔다는 데 있다.

조업구역은 물론 해태양식장 등 어장 문제, 항만 건설과 관련한 매립지 문제 등으로 인접 시·도, 또는 기초자치단체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나 몰라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경계에 대한 명확한 실정법이 없고, 이를 해결할 주무부처 조차 없다는 것이 이 같은 지적을 뒷받침한다.

실제, 지방자치단체의 구역을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법을 포함해 어느 법령도 바다가 자치단체의 구역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특히 수산업법은 자치단체의 조업수역을 벗어난 어업행위에 대해 불법어업으로 규제하면서도 자치단체의 조업수역을 명확히 하지 않아 해상경계 관련 분쟁의 발단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불합리한 해상경계로 인해 한세기 동안 온갖 핍박과 설움을 받아온 서천지역 어업인들은 하루빨리 수산업법을 개정하거나, 해상경계를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 관련 법 제정을 통해 더이상 불합리한 해상경계로 인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어민들은 또 당장 관련 법 제·개정이 어렵다면 10t 이하 연안어선에 대해 공동조업을 할 수 있도록 ‘공동조업수역’을 설정하는 일이라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언제까지 관습법의 지위에만 의존해 서천어민들을 전과자로 만들 셈이냐는 하소연이다.

예컨대 한 곳에 정박해놓고 광어·도미·우럭 등 활어를 잡는 정치성구획어업의 경우, 물때에 밀려 흘러가다보면 도계를 침범할 수밖에 없다며 “지나친 단속위주의 행정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군산은 3000㎢에 달하는 넓은 수역을 갖고 있지만, 서천은 200㎢에 불과한 비좁은 구역에서 조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안에서만 조업토록 허가받은 서천지역 1400여 척의 소형선박이 나갈 수 있는 바다는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서천 어민들의 자유로운 어업활동을 보장하고, 일제 잔재를 청산해 충남도민의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행히 서천군과 서천군의회, 충남도와 충남도의회는 물론, 도내 수협·농협, 교육청을 비롯한 각급 학교와 농어촌공사를 비롯한 각급 기관 등에서 “이제라도 잘못된 해상도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들불처럼 일어날 기세를 보이고 있어 정부도 더이상 ‘강건너 불구경’ 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끝> 나인문 기자 nanews@cctoday.co.kr

서천= 노왕철 기자no85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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