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직지)보다 138년 앞선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활자 '증도가자'(證道歌子)를 처음 공개한 경북대 남권희(54·문헌학·한국서지학회 회장) 교수의 추가 연구발표가 속속 이어지고 있지만 그 진위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남권희 "동국이상국집도 증도가자로 인쇄"

남 교수는 지난 19일 청주대학교에서 열린 '2010 서지학회 추계 학술발표회'에서 '증도가자와 동국이상국집'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고려 때 이규보(1168~1241)의 시문집인 동국이상국집의 번각본인 분사대장도감 간행본(1251)이 '증도가자'로 인쇄됐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이어 "문집의 글자가 증도가의 글자와 크기가 같은 점, 증도가의 글자와 같은 유형을 보이는 점, 같은 줄 내에서 글자의 겹침이 없는 분사대장도감판 계통의 번각본 특징 등이 그 근거"라고 제시했다.

또 "증도가에 사용된 같은 글자의 활자를 유형별로 볼 때 다른 글씨체가 자주 나타나고 글자 크기가 같지 않다는 점 등에서 증도가 역시 이 활자로 찍은 최초의 인본(印本)이 아니며 처음 주성(鑄成)된 활자로부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남 교수는 "다음달 10일 이전에 경북대에서 전문가에게 이미 공개된 12글자 외에 미공개된 증도가자 100여 개를 공개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증도가자의 주조방법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탄소측정 지연 … 조형진 "정교한 위조품일수도"

이런 가운데 '증도가자'의 과학적 검증의 중요단서가 되는 먹물 탄소연대성 측정 결과가 지연되면서 진위여부에 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5일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서지학회 주최 추계학술세미나에서 남 교수는 "지질자원연구원에 마음심(心)자를 비롯한 2개 활자의 탄소연대성 측정을 의뢰했다"며 "다음 주에는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탄소연대성 측정 결과는 발표되지 않는 상태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이날 "탄소연대성 측정은 어느 한 기관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교차검증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단은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학적 검증이 늦어지자 의혹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강남대 문헌정보학과 조형진 교수는 "문자면은 살리고 문자면이 아닌 부분은 부식시켜서 고풍을 낸 정교한 위조품일 가능성이 있다"며 "신뢰할 수 있는 연대측정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진품이라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빠르면 다음달 10일 이전으로 예고되고 있는 증도가자 먹 탄소연대성 측정 결과에 따라 진위공방이 새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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