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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때 잘못 획정된 해상도계로 인해 충남 서천은 전북 군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업구역이 크게 축소된데다, 1989년 장항 하굿둑이 조성되면서 장항 앞바다의 수위마저 급격하게 낮아졌다. 이에 따라 해상경계 조정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다. 사진=우희철기자 photo291@cctoday.co.kr | ||
일제가 1914년 전북 군산을 식량수탈 기지화하기 위해 해상경계를 잘못 그은 탓에 100여 년을 억울하게 살아온 서천 어민들의 분노가 폭발직전이다.
잘못된 해상경계 설정으로 군산의 어장면적은 3000㎢에 달하는 반면, 서천의 어장면적은 200㎢에 불과해 고깃배를 몰고 나갈 만한 바다가 없기 때문이다.
뉴스타호 선장 김인철(47·서천군 서면 도둔리) 씨는 “해상도계가 잘못 그려져 사실상 서천 앞바다라 할 수 있는 개야도, 연도, 죽도, 쥐섬 인근에서 고기를 잡아도 군산해경이 득달같이 달려와 단속한다”며 “나갈 바다는 없고, 한정된 구역에서 잡을 고기는 없는데 뭘로 생계를 꾸려가란 말이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김 선장은 또 “적발되면 한번에 70만~10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데다, 1년에 3회 적발 시엔 어업면허까지 취소된다. 게다가 수산업법을 위반해 벌금을 물면 전과자로 전락하게 된다”며 “정부가 불합리한 해상경계를 바로잡지 않아 영세 어업인들을 범법자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강력 성토했다.
한진호 선주 김민규(43·서천군 장항읍) 씨는 “비록 도계 내이지만 보령 쪽으로 올라가면 태안해경의 눈치를 봐야 하고, 장항 인근 수역에서는 군산해경의 멸시를 받고 있다”며 이원화된 단속행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김 씨는 또 “해상경계가 있다고 하지만 바다에 부표를 띄워놓은 것도 아니고, 어선에 장착된 위성GPS(프로터)에 표시해주는 것도 아닌데, 어부들이 어떻게 경계를 넘었는지 알 수 있느냐”며 행정편의주의적인 단속행정에 대한 격정도 표출했다.
이어 “고기는 이동하는데 한 곳에 정박해 있을 수만도 없는 것 아니냐”면서 “엔진을 끄고 고기를 잡다보면 물때에 떠밀려 경계를 넘을 때도 있는데 범법자로 만드는 나라가 세상천지에 또 어디에 있느냐”고 분개했다.
영광호 선장 최성배(44·서천군 서면 홍원리) 씨는 “매일 같이 배를 타고 나가도 인근 섬을 보고서야 막연하게 경계선을 추측할 뿐이다. 사전 경고도 없이 경계선을 넘어왔다고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농림식품수산부 산하 서해어업지도사무소 소속 무궁화선(정부지도선) 만 봐도 오금이 저린다”며 단속위주 행정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최 씨는 또 “국토지리정보원이 발간한 해도(海圖)를 봐도 해상경계는 점선으로 표시돼 있을 뿐이다. NNL(북방한계선)도 아닌 해상경계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부부가 함께 바다에 나가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데 한 번 적발돼 벌금을 내고 나면 살맛조차 없어진다”고 토로했다.
이기홍 서천군 해양수산과장은 “해상경계 획정 이후 수계 다툼 20년, 공동수역 논쟁 15년이 됐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이기(利己)를 떠나 현행 해상경계는 너무 불합리하게 설정된 만큼,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천=노왕철 기자no850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