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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니는 4~6마리 가량이 가족단위로 모여산다. 늘 진중하고 우아해 어지간해서는 날갯짓하는 법이 없다. 우희철 기자 | ||
철새들은 결코 일정거리 이상의 안전거리 확보 없이는 날개를 접지 않는다. 추수를 끝낸 빈 들녘은 망중한을 즐기는 기러기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맘때 가장 흔한 기러기조차 망원경이나 쌍안경 아니고는 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철새들은 사람을 경계한다. 희귀 조류는 말할 것도 없다. 무턱대고 아무런 준비 없이 탐조를 하러 갔다가는 멀어져 가는 기러기 떼 꽁무니만 쫓다 지쳐 돌아올 공산이 크다.
철새들은 시각에 민감하다. 그러므로 가급적 먼 거리에서 짧은 시간 내 망원경으로 관찰해야 온전히 그 자태를 눈에 담을 수 있다. 화려한 색, 원색의 옷은 피해야 한다. 햇빛을 반사하는 재질의 옷도 물론이다. 갈대밭의 색과 자연스레 포개지는 갈색 계열의 흐린 옷이 탐조복장으로 제격이다. 삭풍을 막아줄만한 엄폐물이 없으므로 두껍게 옷을 챙겨 입는 일 또한 필수다.
그러나 철새의 생태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짚을 엮어 세운 위장막 탐조대 구멍을 백번 들여다보아도 그 새가 그 새일 뿐이다. 설사 망원경과 도감을 준비해갔더라도 생각보다 구별이 어려워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왕 먼 발걸음을 하는 탐조여행이라면 철새에 대해 잘 아는 주변인을 섭외해 함께 다녀오는 것이 먼 발걸음의 고단함을 추억으로 보상받는 첩경이다.
철새들을 감상하고 싶은데 이도저도 귀찮다면 탐조버스에 오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현재 천수만철새기행전위원회(041-669-7744)가 탐조버스를 운영 중이다. 평일에는 3차례(10시 30분·13시 30분·15시 30분), 주말에는 6차례(10시 30분·11시 30분·12시 30분·13시 30분·14시 30분·15시 30분) 운행되며 요금은 1인당 5000원이다. 홈페이지(www.seosanbird.com)를 통해 단체탐조도 예약 받는다. 단체탐조버스는 1일 7회 운영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 시간별 1대씩 예약 가능하다. 요금은 버스 1대 기준 12만 원이다.
탐조버스는 천수만 철새휴게소 내 철새기행전위원회 사무실에서 출발해 한 시간 반가량 코스를 돈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탐조장비(쌍안경·미니도감 등)와 더불어 합승한 전문가의 해설이 곁들여진다.
철새들은 탐조버스를 경계하지 않는다. 굉음을 내며 농로를 달리는 거대한 금속제 탐조버스보다 피륙으로 이뤄진 사람이 더 두려운 존재라는 사실을 철새들은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해진 일정 때문에 한 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버스 안에서만 철새들을 바라봐야 하므로 사진을 찍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정진영 기자 crazyturtle@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