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미술의 초석을 다져온 원로 작가들의 의미있는 전시가 열린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향토적인 색채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쳐 온 임봉재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고 타계한 육태진 화백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임봉재作 월하의정(좌), O양
◆원로작가 초대전 ‘임봉재’전

대전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작가 임봉재.

대전시립미술관 제5전시실에는 오는 9일부터 내년 1월 16일 까지 원로작가 임봉재 씨의 1960~1970년 작품 40점을 선보인다.

작가 임봉재 씨는 대전공고(1957) 강사를 시작으로 교단에 섰으며 많은 제자와 후진을 양성에 힘써 왔다.

임 작가는 계절에 따라 아름답게 변하는 고향산천의 풍광을 그려낸 초기의 풍경화부터 가족·인간에 대한 사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화와 군상을 50여 년 동안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작업했다. 그의 작품세계 중심에는 향(鄕)이 있다. 지난 1980년대 병마와 싸우면서 따뜻한 가족과 고향산천을 그리워하며 생명·가족, 더 나아가 인간·자연·환경을 화폭에 담았다.

또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 풍경이나 인물 등의 대상을 해체하고 단순화시키고 다시 재조합하는 방식을 통해 화면의 조화로운 균형을 찾아냈다. 임 작가는 자연에서 보이는 수많은 향토적인 색을 단순하게 표현하면서 어머님의 품과 어린 누이를 생각하듯 고향에 대한 향수를 서정적으로 추구한다.

초기 1960~70년대 작품은 대담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고즈넉한 고향산천을 표현한 풍경작품과 꾸밈없는 붓 터치로 간결하면서 인물의 특징을 잘 표현한 인물화를 제작했다. 1980년대에는 간결한 선으로 여인누드를 화면 가득히 채운 인물군상이라는 독특한 세계가 등장하기도 한다.

김민기 학예연구사는 “이처럼 고향을 그리워하는 순수한 마음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향토적인 작품들을 통해 기억의 저편에 오랫동안 잊혀져 왔던 추억을 찾고 잔잔한 감동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 육태진作 배회(좌), 가장
◆미디어 아티스트 ‘육태진’ 회고전

한국 미디어 아트를 대표하는 작가 육태진. 오는 10일부터 내달 10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 제1~4전시실에서 육태진(1961-2008) 회고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고(故) 육태진 씨의 초기 작품부터 지난 2008년 타계까지 작업된 작품을 총 망라하는 전시로 작품 28점과 자료사진 5점, 드로잉 3점 등 총 36점을 선보인다.

고 육태진은 목원대 미술교육과 및 한성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작품 ‘유령가구(1995)’를 시작으로 ‘가장(1996), 배회(1996), 거울(2002)’ 등 고가구와 영상을 결합한 일련의 작품으로 미디어아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던 1990년대, 미술에서 새로운 영역인 미디어아트를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로 평가 받고있다.

이번 전시에는 1984년에 제작한 여인상 ‘문라이트(Moonlight)’등 학생 시절의 작품부터 전통고가구라는 오브제와 텍스트를 결합시킨 ‘환기(1987)’, ‘무제(손금 1991)’ 등의 오브제 작품과 투명한 아크릴 중간에 구멍을 뚫어 손을 넣었다 뺄 수 있는 개방된 형태의 상자 속에 흥미로운 문구와 이미지를 결합시킨 ‘섹슈얼 박스(Sexual Box), 컨셉셜 박스(Conceptual Box)’등 제1회 개인전에 출품됐던 초기 작품들이 전시된다.

또한 ‘롯데월드·광고 발칸포·파리애마·베트남 관광’ 등 1990년대 초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대한 작품들도 선보인다. 이수정 학예연구사는 “서구의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이 문화계를 지배하고 시인 유하와 압구정동, 신세대의 담론과 감수성이 지배하던 당시의 사회적·문화적 분위기와 그 속에서 서 있던 우리의 모습을 작가의 예민한 감성 속에 반영된 이미지들로 되돌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 육태진은 기존에 나와 있는 미디어를 그대로 활용하는데 머물지 않고 스스로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기계장치를 만들어 사용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광고 발칸포(1992), 롯데월드(1992) 바이써클맨(Bicycle Man 1996)’에 사용된 회전형 슬라이드 기계나 ‘배회(1996)등에 사용된 동력기계장치는 작가의 의도에 최대한 부합되도록 만들어졌다.

작품은 반복적으로 걸어가는 남자의 옆모습이나 자전거를 타고 무한의 공간 속을 나아가는 뒷모습 등을 통해 일상의 반복과 인간 존재의 고독함을 시적이고 명상적인 표현으로 승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한편 대전시립미술관은 전시 기간 중 평일 오후 3시와 주말 오후 2시와 4시 도슨트의 전시해설이 실시되며, 특별강연회 등 관련 학술행사도 개최될 예정이다. 문의 042-602-3200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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