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에서 멧돼지 출몰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충북에서는 굶주림 멧돼지가 도심을 휘젓고 다니며 시설물을 부숴 경찰이 종일 생포작전을 펴는가 하면 멧돼지가 도로에 갑자기 출현해 달리는 자동차와 충돌을 빚어 운전자가 숨지기도 했다. 집에서 키우던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우리를 탈출해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공포에 빠트리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멧돼지 출몰 사건으로 이제 전국이 멧돼지 공포감에 휩싸일 정도다.
 

지난 5일 청주시 율량동과 우암동, 내덕동 일대에 멧돼지가 나타나 소동일 일으킨 가운데 생포작전을 피해 달아나던 멧돼지가 청주시 내덕동의 렌터카 사무실 유리창을 파손시켰다. 아래쪽은 새마을금고 CCTV에 잡힌 멧돼지. 이덕희 기자
 

◆멧돼지의 공포 ‘벌벌’


지난 5일 오전 4시 40분 경 충북 청주시 상당구 율량동 신한은행 인근 주택가에서 멧돼지 6마리가 출몰했다.

어미 2마리, 새끼 4마리인 것으로 추정되는 이 멧돼지 떼는 율량동과 우암동, 내덕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고등학교에 침입해 곳곳을 뒤져 먹을 것을 찾는가 하면 렌터카 사무실 유리창을 깨는 등 소동을 빚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등 40여 명이 종일 마취총과 그물을 갖고 생포작전을 펼쳤지만 결국 멧돼지를 잡지 못했다.

지난달 24일 오전 5시 경에는 음성군 음성읍 한벌리 36번 국도에서 김모(45) 씨가 몰던 승용차가 갑자기 도로에 뛰어든 멧돼지를 들이받아 승용차가 전복되면서 불이 나 김 씨가 현장에서 숨졌다.

집에서 키우던 멧돼지가 새끼들을 데리고 먹이를 찾아 우리를 탈출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1일 오후 12시 10분 경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인근 주택가에서 어미 1마리 새끼 7마리 등 8마리의 멧돼지 떼가 출몰해 텃밭을 파헤치는 등 소동을 벌였다.

이 멧돼지들은 야생 멧돼지가 아닌 옆 마을 한 농가에서 키우던 사육 멧돼지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주민들은 종일 멧돼지 공포에 시달렸다.

◆멧돼지 도심출몰 왜 잦나?

멧돼지 도심출몰이 잦은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멧돼지가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단위 면적당 멧돼지 개체 수가 10년 전부터 줄고 있지만 이는 멧돼지 수가 감소했기 때문이 아니라 전체 개체 수가 늘면서 서식지역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개체 수가 적을 땐 인적이 드문 산속에서 살수 있었지만 개체 수 증가로 영역 싸움을 하게 되고 싸움에서 밀린 멧돼지들이 먹을 것을 찾아 도심 가까운 곳까지 밀려나 출몰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평균 멧돼지 서식밀도는 100㏊당 3.7마리이지만 충북의 경우 4마리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4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멧돼지 출몰이 잦아지면서 이에 따른 피해도 커지고 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에서 멧돼지 피해를 지원한 금액은 1억 5900만 원에 달했다.

◆멧돼지와의 전쟁

멧돼지의 도심 출몰이 잇따르고 피해가 커지자 각 지자체는 멧돼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환경부는 올해 도심 출현 야생 멧돼지 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전국 19개 시·군 수렵장에서 멧돼지 포획 개체 수를 애초 8063마리에서 2만 마리로 배 이상 늘렸다.

충북에서는 충주와 괴산에 수렵장이 운영되고 있다. 수렵은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허용된다.

한국야생동식물보호협회 충북지부 관계자는 “올해는 멧돼지의 주 먹이인 도토리가 흉년으로 11∼12월에는 농작물 수확이 끝난 상태라 먹이를 찾지 못한 멧돼지들이 주택가까지 내려올 가능성이 커 앞으로 도심 출몰이 더욱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멧돼지의 도심 출몰과 이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자체들이 개체 수 증가 추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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