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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청원군 강외면에 둥지를 튼 사할린 동포들이 아파트 내 놀이터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 ||
최초 81명이 귀국했지만 2년여의 시간이 흐르며 2명은 고국에서 생을 다했고, 1명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 현재 청원군에 거주하고 있는 인원은 78명이다.
비록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지만 2년여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들은 고국에서의 생활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김인자 씨(64·여)는 “귀국 당시 대부분 노령에다 큰 병에 걸린 사람이 많았는데 놀랍도록 발달한 한국의 의술 때문에 건강을 되찾았다”며 “사할린에 있었다면 속수무책이었을 텐데 한국에 온 후 뛰어나고 친절한 의료서비스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이 적응을 돕기 위해 대한적십자사는 최초 3개월 동안 전담팀을 구성해 지원했다. 김 씨는 “병원을 가거나 장을 보는 것 등 모든 것이 낯설어 걱정했는데 사소한 것까지 자세히 안내해 른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청원군은 이들의 적응을 위해 ‘우리고장 바르게 알기 탐방’, ‘김장담그기 체험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제2의 고향인 청원군을 알리는 한편 사할린 동포와 가족 되기 프로그램, 문화봉사 동아리 구성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까지는 컴퓨터 교육을 실시했고, 올해는 한국어교실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노력에 사할린 동포들은 지난달 열린 청원생명축제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해 그 간의 고마움에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물정에 어두운 사할린 동포들을 대상으로 영업사원들이 접근해 시중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등 이들을 이용한 상술은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할린동포회장 김정욱 씨(68)는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영업사원들이 찾아와 아주 좋은 기회니 이번에 꼭 사야 한다고 해 덜컥 계약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비싼 가격에 산 경우가 많았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 가까스로 환불받긴 했지만 지금도 이런 때 정말 좋은 기회인지 구분이 안 되고 한국사회에 대한 불신이 싹트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다. 영구귀국자 모두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있지만 한 달에 70여만 원의 보조금은 부부가 살기에 벅차다. 수급자 유지를 위해 정식취업은 꿈도 못 꾸고 가끔 일용직으로 일을 하기도 하지만 세상물정 모르는 이들에게 터무니없는 일당을 주는 악덕 사업주도 있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사실 사할린 강제이주 1세대도 고국에 대한 기억이 없지만 부모세대부터 전해져온 고향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 자식들에게 전달되면서 한국행을 택하게 됐다”며 “여생을 보낼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진정한 한국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원=심형식 기자letsg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