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4대강사업 검증위원회가 26일 ‘조건부 찬성’ 결론을 발표했다.

검증위가 내놓은 결과물은 사업타당성에 대한 검증이라는 본질은 왜곡된 채 사업반대 단체의 비난을 최소화하려는 출구전략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검증위의 결론이 이미 지난 8월 말 위원들의 의견개진절차를 거쳐 ‘8대3’ 이라는 압도적 찬성결과를 얻었을 때 나온 내용과 크게 다른 게 없다는 점에서 시간적·행정적 낭비만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학계(4명)와 공무원(1명), 도의원(2명), 환경단체(3명), 종교계(1명) 인사 등 11명으로 구성된 4대강사업 검증위는 지난 26일까지 7차례 본회의를 열어 금강 10공구 미호2지구 작천보 개량공사와 백곡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등 54건을 대상으로 중점적으로 검증활동을 벌였다.

검증위는 이들 사업중 보 높이 조정에 미호종개 서식지 복원대책 수립 등 5개 조건을 단 작천보를 비롯해 17건은 조정·보완해 추진토록 했고, 12건은 검증자료 미비로 추후 실무 검토를 벌이기로 했다.

나머지 25건은 문제가 없다며 원안대로 시행할 것을 검토결과로 제시했다.

그간 찬반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최대 쟁점사안이었던 작천보와 백곡저수지 문제에 대해선 합의안 도출이 아닌 검증위원 다수의견을 채택했다.

하지만 작천보 개량공사의 경우 ‘조건부 찬성’이라 할지라도 ‘찬성도 아닌, 반대도 아닌’ 모호한 결론일 뿐이다.

검증위는 작천보 문제는 보 높이를 현재 수위에 맞춰 설치할 것을 제시했다. 하지만 천연기념물 미호종개 및 철새 서식지 복원대책을 수립하고 친환경 생태공간을 조성하는 등 5가지 사항을 사업추진 이행조건으로 내놓았다. 이 조건들은 환경단체가 줄곧 주장해온 사업반대 이유다.

즉, 사업은 하되 환경단체의 반대이유를 ‘사업이행조건’이라는 미명을 씌워 단서조항으로 제시한 셈이다.

4대강사업 검증위는 지난 7월 도내 4대강 사업의 타당성 검증을 위해 구성된 구속력없는 한시적 기구다. ‘사업 타당성 검증’이라는 위원회 구성 취지만 놓고 볼 때 이번 결론은 본질이 왜곡됐다는 게 지배적인 여론이다. 가장 중요한 4대강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결론은 묻히고, 이행조건만을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한 학계 인사는 “사업이 타당한지, 타당하지 않은지와 타당여부에 대한 이유만 제시하는 게 검증위의 본연 임무”라면서 “타당성을 제시한 뒤 ‘일부 사항에 대해선 수정·보완이 필요하다’ 정도의 조언만 내놓았으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타당성에 대한 결론은 뒤로한 채 ‘조건부 찬성’이라는 모호한 의견을 내놓은 것은 결론도출에 따른 비난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출구전략에 불구한 것”이라며 “민선3기 때부터 도정 정책심의에 참여했던 황희연 위원장(충북대 교수)의 어정쩡한 회의 진행도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합의안 도출이 아닌 검증위원의 다수의견을 채택하면서도 소수의견을 고려해 줄 것을 요구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8월 말에 사업추진이라는 압도적 의견을 도출하고도 결론발표를 미룬 이유는 찬·반 위원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은 작천보 사업 등 일부 쟁점사항에 대해 이견조율을 거치기 위해서였다는 게 검증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고, 결국 당시 표결에 준하는 의견개진절차 때 나온 내용과 검증위의 결론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점에서 1개월 넘는 시간과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객관적 검증을 통한 사업타당성 도출을 뒤로 하고 찬반단체의 눈치만 살피면서 ‘찬성도, 반대도’ 아닌 결론을 제시한 탓에 되레 혼란만 야기시키고 찬·반단체간 갈등양상만 키운 꼴이다. 최종 판단의 공을 넘겨 받은 이시종 지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당분간 진통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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