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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이른 기습한파로 체감기온이 영하에 가깝에 떨어진 27일 대전시 동구 대동 산 1번지 하늘동네에 사는 서효열 할머니가 연탄을 갈고 있다. 조재근 기자 |
늦가을 찾아든 기습한파에 대전 동구 대동 산1번지 하늘동네 주민들은 요즘 한겨울만큼이나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달 하순이나 돼야 지원의 손길이 이어지지만 갑작스레 떨어진 기온 탓에 그 때까지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 앞선다.
27일 오전 대동 산1번지.
꼭대기에 올라서자 따뜻한 아침햇살이 내리쬐는데도 바람은 겨울처럼 차갑기만 했다. 대동사회복지관 복지사의 안내로 들어선 3평 남짓한 서병순(80) 할머니의 월세방은 바깥 날씨보다 더한 냉기가 돌았다.
흔한 전기장판은 고사하고, 벌써부터 3~4겹의 겨울옷을 차려입은 서 할머니가 얼음장 같은 바닥에서 난방비 걱정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서 할머니는 "새벽이면 추워서 보일러를 틀어야 하는데 기름 값이 너무 비싸 지금부터 돌리면 겨울나기도 힘들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몇년전만해도 난방용 등유 1드럼에 10만 원 안팎이던 것이 올해는 20만 원이 훌쩍 넘어버려 한 달에 30여만 원 지원되는 최저생계비로는 겨울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많은 단체에서 지원해주는 난방연료도 대부분 연탄뿐이어서 서 할머니는 매년 겨울 차디찬 냉골에서 새우잠을 잘 수밖에 없다. 또 방안을 둘러보니 벽 한쪽에 포장지로 감싼 보일러 조절기가 보였다. 혹시나 먼지가 쌓여 겨울에 못쓸까봐 싸놨다는 말이 더한 절박한 상황을 실감케 했다.
서 할머니는 "올해는 왜 가을도 없이 겨울이 왔는지 몰라. 원래 11월 말쯤에 영하로 떨어지면 보일러를 틀어야 하는데 요즘은 밤이면 삭신이 쑤시고 아파 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신세를 한탄했다.
안내를 받고 찾아간 또 다른 집 앞에서는 서효열(82) 할머니가 연탄을 갈고 있었다. 허름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침부터 지핀 연탄 덕분인지 바닥은 그럭저럭 온기가 있었지만 바깥에서 스며든 차가운 냉기가 아직 방에 가득했다. 좁은 방안에는 이른 아침부터 모인 80~90대 할머니 대여섯명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서 할머니는 "우리집이 방이 그나마 넓고, 나 혼자 살아서 연탄을 때니까 할머니들이 우리 집으로 모인다"며 "딴 집은 추워서 얼씬도 못해"라고 말했다.
이날 모인 할머니들 역시 때이른 한파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아들 내외, 손주들과 함께 산다는 한 할머니는 "연탄은 한번 꺼지면 다시 붙이는 데 돈이 들어 계속 때야한다"며 "남은 연탄이 몇 장 없어서 (지원이 오는) 다음달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애들이 추워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달동네로 불리는 이곳은 연탄 하나에 의지해 긴 겨울을 나야하는 곳이 200여 세대가 넘는다.
그나마 연탄은 각 지자체와 단체 등에서 지원하지만 난방유를 쓰는 집이 절반이 넘는 데도 지원은 거의 없어 겨울을 앞둔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