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60여년간 건축물과 산업구조물 등 대전지역 근대문화유산 대부분이 파손 또는 멸실돼 보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대전시와 근대문화유산 등록화 조사 보고서 등에 따르면 개화기 이후부터 1960년대까지 지어진 건축물 중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는 대전지역 근대문화유산은 모두 886건에 달했지만 이 중 무려 710건이 멸실돼 176건 만이 현존하고 있었다.

분야별로는 교육시설 141건 중 131건이 멸실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종교시설은 62건 중 49건, 의료시설은 38건 중 35건, 업무시설은 223건 중 194건, 숙박시설은 10건 중 9건, 주거시설은 54건 중 23건 등이 멸실됐다.

특히, 비교적 보존이 유리한 교육시설의 경우 지난 1938년 건립돼 2002년 대전시문화재자료 제50호로 지정된 한밭교육박물관 등 10건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처럼 근대문화유산 대부분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훼손·파손 또는 멸실된 이유는 대전의 도시확장 과정과 궤를 같이 한다.

국보나 보물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근대문화유산들은 정부나 지자체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도심의 노른자위에 위치해 각종 개발사업으로 땅값이 폭등해 점차 헐려 나가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는 고층빌딩과 아파트가 들어차게 됐다.

이에 따라 개항이후 일제강점기까지 우리 근현대사의 생활양식 등을 담고 있던 건축물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됐고 역사성이 있는 도시의 모습도 신도시처럼 변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문제는 근대문화유산의 멸실에 대해 별다는 대책없이 ‘사유재산’이란 이유로 방관하면서 사료적 보존가치가 높은 등록문화재나 지정문화재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건축물 등이 등록문화재나 지정문화재가 되기 위해서는 근대문화유산 중에서 대상을 선정하게 돼 있지만 근대문화유산 자체가 사라지게되면 등록이나 지정할 문화재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등록문화재나 지정문화재도 이익 우선의 개발 논리에 밀려 원형 보존 대신 당장의 개발 갈등을 피할 수 있는 ‘해체 후 이전 복원’ 방법을 택하면서 원형 훼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최근 불거진 ‘뾰족집’의 무단 철거 사건 역시 개발업자들의 개발논리가 근대문화유산을 얼마나 경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목원대 건축학과 김정동 교수는 “뾰족집 문제에 있어서도 지속적으로 원형 보존 개발을 주장했지만 비용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해체 후 이전 복원 방법을 택한 것”이라며 “도시의 역사성과 정통성은 물론 관광 등 경제가치가 높은 근대건축물들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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