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왔으니 흔적도 남기지 말고 빈손으로 가야지, 묘비나 분묘가 다 무슨 소용이냐….”

고 이보식 전 산림청장이 평생을 나무와 살다가 다시 숲으로 돌아간다. 지난 22일 숙환으로 별세한 고 이 전 산림청장의 장례가 25일 충남 부여군 부여읍 능산리 선산에서 수목장으로 치러진다.

이 전 산림청장은 생전에 “산림청장을 지낸 사람이 죽은 뒤 산을 파헤치게 해야 되겠느냐”며 “내가 심은 나무 밑에 안치해 달라”는 유지를 남겼다.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한 이 전 산림청장은 1965년 산림청에서 공직을 시작해 35년간 재직하며 조림국장, 영림국장, 임목육종연구소장 등을 거쳐 제19대 및 20대 산림청장을 지냈다.

이 전 청장은 제1차 치산녹화 계획 때부터 제3차 산지자원화계획이 마무리될 때까지 국토 완전녹화를 위해 노력했고, 대단위 경제림 조성과 산림토양조사에 의한 적지적수 조림, 우량임분 천연림보육 등의 정책을 도입했다.

또 IMF로 인해 실업자가 늘자 ‘숲가꾸기 공공근로사업’을 창안해 본격 육림사업을 시작해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했고, 산지소득증대 종합대책과 산림농업 육성방안 등을 수립해 임업생산기반을 확충했다.

산림청 퇴직 후에도 ‘평화의 숲’ 및 ‘생명의 숲’ 고문과 한국녹색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했고, 지난해부터는 천리포수목원장을 맡아왔다. 정광수 산림청장은 “평생을 산림과 함께 살며 산림보존과 임업발전에 몸바친 고인이 자신의 장례마저 수목장으로 치르는 것은 임업인다운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추모했다. 수목장은 분묘로 인한 산림훼손을 막는 친 자연적 장묘법으로, 지난 2004년 김장수 고려대 교수의 수목장이 고려대 연습림에서 치러지면서 우리나라에 처음 알려졌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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