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음악가. 혹은 음악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으며 천재성을 인정받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의 삶과 음악을 성찰하는 영화가 관객을 찾아온다. 영화 ‘바흐 이전의 침묵’은 잘 알려지지 않은 바흐의 인생여정을 조명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깃든 그의 음악을 관객들에게 들려주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익숙한 클래식 명곡들인 ‘G선상의 아리아’, ‘골드베르크 변주곡’,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무반주 첼로 조곡’, ‘예수, 만인의 기쁨’, ‘마태수난곡’ 등을 만들어낸 바흐는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화성학을 음악에 녹여내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여러 가지 음색이 동시에 연주되는 ‘푸가’(악곡)를 완벽하게 작곡해 냈던 바흐의 음악은 당시에는 선구적이고 어려운 음악으로 받아들여졌다. 안타깝게도 바흐는 살아생전 오르간 연주가로서 명성을 날리는 음악가일 뿐이었다.

영화 ‘바흐 이전의 침묵’은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마태수난곡’이 멘델스존에 의해 발견되는 이야기와 가난한 오르간 연주가이자 가장이었던 바흐의 삶을 보여주며 그의 삶을 담담하게 조명한다. 바흐가 세상을 떠나고 50년 후, 지휘자와 작곡가로 유명한 멘델스존(1809∼1847)이 우연히 하인이 가져온 푸줏간에서 고기를 싸준 종이가 예사롭지 않음을 깨닫고 펼쳐보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바흐가 작곡한 '마태 수난곡'이었던 것. 그 한 장의 악보로 이후 그가 작곡한 곡들이 재평가되고 바흐의 음악이 세상에 공개된다.

영화는 피아노가 스스로 건반 연주되는 장면을 시작으로 바흐의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을 따라가며 바흐의 음악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묘사한다. 영화는 ‘피아노 조율사, 하모니카를 늘 가지고 다니며 틈만 나면 하모니카를 부는 트럭운전사, 바흐의 삶의 궤적을 쫓아가며 관광객을 맞이하는 가이드’ 등 여전히 생생하게 연주되어지는 바흐의 음악을 마치 인터뷰가 없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으로 풀어낸다.

또한 작곡가로서는 명성을 얻지 못했던 젊은 바흐를 쫓아가며, 이후 멘델스존이 푸줏간 고기 포장지에서 그의 명곡 ‘마태수난곡’이 발견되는 이야기를 교차로 편집해 자칫 관객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어떤 규칙도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의 공통분모는 오로지 ‘바흐’라는 음악가와 그의 음악일 뿐이다.

영화 속 피아노, 오르간, 하모니카, 첼로, 소년·소녀 합창단들의 목소리 등 바흐의 음악으로 완성된 아름다운 연주 이야기들은 ‘바흐’라는 위대한 음악가가 주는 음악적 감동이 무엇인지를 체험하게 하는 장치임을 깨닫게 한다.

감독은 우리에게 ‘바흐’라는 인물이 그의 음악을 통해 우리네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만들었는지를 구구절절한 이야기와 기승전결이 뚜렷한 독특한 영화 형식으로 우리에게 ‘바흐’를, 그리고 그의 음악을 체험하는 여정을 선보인다.

또 여타 영화들과는 달리 음악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는 가장 널리 알려진 바흐의 곡 중 하나인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잔잔한 피아노로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또 ‘예수는 나의 기쁨’, ‘6개의 파르티타’, ‘나는 만족하나이다’ 등 바흐의 주옥같은 14곡이 시종일관 흘러 나온다. 특히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으로 뽑히기도 한 ‘무반주 첼로 조곡’은 여러 대의 첼로로 연주되어 더욱 풍부하고 깊은 음색으로 만날 수 있다.

영화는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바흐의 아름다운 음악들이 전하는 감동을 영화 속 그대로 녹여낸다.

영화는 제9회·10회 전주국제영화제(2008~09) 화제작으로 관객들에게 알려졌다. 15세이상 관람가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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