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을 줄이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특목고 입시에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도입했지만 ‘스펙 우회기재’ 등 부작용으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게다가 일부 특목고 입시 학원들이 관련 사교육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자기주도 학습전형’의 실효성을 폄하하는 동시에 ‘맞춤형 사교육’을 부추기면서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올해 처음 도입되는 ‘자기주도 학습전형’은 각종 경시대회 수상경력과 토익·토플 등 공인어학 성적을 일체 기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내신성적과 서류평가, 면접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이를 통해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과 잠재력을 평가해 우수한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이 제도 도입의 취지다. 하지만 제도가 처음 도입돼 전형에 대한 학부모들의 이해가 낮은 데다 새로운 입시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스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서 ‘사교육 경감’이라는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상당수 학생과 학부모들은 자신의 능력을 ‘어필’하기 위해 우회적으로 수상경력과 공인어학 성적 등을 편법으로 기재하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학교간 격차를 반영하지 않는 내신성적의 변별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수험생들은 자기주도학습 계획서에 수상경력 등 관련 내용을 끼워 넣어 자신의 능력을 부각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자기주도 학습계획서는 지원동기와 과거 학습과정, 학습계획, 진로계획 등을 포함하도록 돼 있어 수상실적 등을 우회적으로 첨가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편승한 일부 학원들은 표면적으로 감점이 되지 않으면서 관련 내용을 내세울 수 있는 요령을 ‘컨설팅’한다는 명목으로 별도의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교육 당국이 고교 입시전형에 교외 수상경력 등을 제시하면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힌 바 있지만 학부모들은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수도권 특목고 사설 입시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학부모는 “정부에서는 ‘스펙’을 기재하면 감점된다고 했지만 입시설명회에서는 우회적으로 기재하는 것은 괜찮다고 해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수험생 입장에서 자기능력을 부각시키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학원가의 감언이설 때문에 전형의 도입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겠지만 입학사정관 채점과 전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철처하게 배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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