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과 13일. 충북 청주에서는 우리나라 교정사에 큰 획을 긋는 두 가지 일이 있었다. 8일에는 전국에서 최초로 수형자들이 교도소를 나와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린 교정의 밤 행사 ‘마음을 보았습니다’에서 공연을 펼쳤다. 그리고 이날 살인사건 공범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김모(45) 씨의 귀휴가 결정됐다. 김 씨는 13일 김 씨를 15년간 뒷바라지했던 여자친구 이모(39) 씨와 천주교 청주교구청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 모든 일은 천주교 청주교구 교정사목 전담사제로 부임한 지 채 2년도 안 된 이길두 신부가 남다른 열정으로 교정교화 작업에 힘쓴 결과다. 이 신부를 만나 뒷얘기를 들어봤다.

-교정의 밤 ‘마음을 보았습니다’의 성과는.

“2300여 명의 관객이 찾아 1800여 좌석을 꽉 채우고도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지켜봤다. 이번 공연을 통해 수형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변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어느 부부는 이메일을 통해 교정의 밤 행사인지 모르고 찾았다가 수형자들의 삶에 대해 알게 됐고 많이 감동 했다고 전해왔다. 많은 사람이 수형자들도 이웃이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느낀 것 같다.”

-교정사목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6년 전 충주 목행성당에서 주임신부로 있을 때 충주구치소가 생기면서 처음으로 교정사목에 뛰어들게 됐다. 그리고 지난 2009년 천주교 청주교구 교정사목 초대전담신부로 부임한 후 본격적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

-‘마음을 보았습니다’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수형자들이 교도소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어려웠다. 각 교도소, 대전지방교정청, 법무부를 1년 반 동안 설득했다. 우선 모든 것을 책임지고 보증하겠다고 했다. 또 수형자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과 교도관들의 애환과 보람, 교정봉사자들을 응원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적극적으로 알렸다.”

-13일 결혼식을 올린 김 씨와 이 씨 부부가 화제인데.

“‘마음을 보았습니다’ 행사 프로그램 중 직접 시나리오를 쓴 ‘섬에서 핀 꽃’이라는 연극이 있었다. 김 씨의 실화를 다룬 연극이었다. 이 연극이 끝난 후 사회자가 대전지방교정청장에게 귀휴를 부탁했다. 교도소의 벽을 뛰어넘은 애절한 이들의 사연이 결국 교정청장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요즘 인스턴트 사랑이 세태인데 이들의 사랑은 세상에 메시지를 준다. 남은 시간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영원히 함께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햇볕 잘 드는 양지바른 언덕에 조그만 쉼터를 만들고 싶다. 갈 곳 없는 출소한 수형자들이 잠시 쉬어 갈 수 있고 범죄피해자, 교정교화시설과 관련한 모든 사람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