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수용된 장기수와 10여 간 옥바라지를 해 온 한 여성과의 사랑, 그리고 백년가약.

영화에서나 있을법한 러브스토리가 현실이 됐다.

12일 교정기관 등에 따르면 청주교도소에 수용돼 있는 A(45) 씨는 14일 오전 시내 모처에서 B(39) 씨와 결혼식을 올린다.

이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 씨가 B 씨의 뒷모습에 반한 뒤 끊임없는 애정공세를 펼치며 인연이 시작됐다.

잠시 열애를 나누기도 했지만 2년 후 교도소의 높은 장벽이 이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일이 터졌다.

A 씨는 친구가 여자친구를 살해하는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살인사건 공범으로 낙인 찍히면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교도소의 벽은 이들의 사랑을 막지는 못했다.

B 씨는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서도 청주교도소를 주말마다 찾아 옥바라지를 했고 3년 전에는 아예 청주로 이사를 와 A 씨의 곁을 지켰다.

이 두 사람의 애절한 사연은 연극 ‘섬에서 핀 꽃’으로 만들어져 지난 8일 청주 예술의전당에 열린 '천주교 청주교구 교정의 밤'에 소개되기도 했다.

극본을 썼던 청주교구 교정사목위원장 이길두(40·요셉) 신부는 공연 당시 “연극의 모델이 된 수용자가 복역기간의 85% 이상을 복역하면 4박 5일간 교도소 밖에서 생활할 수 있는 '귀휴'를 받아 사랑하는 여성과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요셉 신부의 바람대로 이들은 결혼식 후 4박 5일 일정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물론 A 씨는 신혼여행을 마친 뒤 18일 오후 2시까지 교도소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수감 기간이 아직 5년 가량 남았기 때문이다.

청주교도소 관계자는 “B 씨는 거의 매일 교도소를 찾아와 법적으로 허용되는 15분의 짧은 면회시간을 이용해 A 씨를 만나며 애절한 사랑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길두(요셉) 신부는 “결혼은 두 사람의 행복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며 “과거는 과거일 뿐, 아픔을 딛고 새출발 하기를 바란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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