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대전 서구 샘머리공원에서 배추 특별직거래 행사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배추를 구매하고 있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태어나서 배추 사려고 줄서보기는 처음입니다.”

12일 오전 9시 50분 경 대전 서구청 앞 샘머리 공원.

한망(3포기)에 1만 원씩 판매되는 배추 1000망(10t)를 앞에 두고 8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 300여 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초반에는 일인당 한망으로 제한돼 “한망 더 살 수 없냐”는 원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그 덕분에 뒤늦게 등장한 사람들도 배추를 구입할 수 있었다.

둔산동에서 온 이병림(65) 씨는 “장소를 잘못 알아 다른 공원에서 기다리느라 하마터면 배추 구경도 못 할 뻔 했는데 다행”이라며 “며칠 후에 오는 서울 사는 며느리에게 김치를 담아 주고 싶다”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이날은 대전시가 물가안정을 위해 배추 50t을 시중 가격보다 30~40% 저렴하게 판매한 첫 날이었다.

12일에는 서구, 유성구, 대덕구, 13일에는 동구, 중구 5개 자치구에서 각각 배추 10t 씩, 농협공판장, 중앙청과 등 대전 지역 5개 도매법인의 협조를 얻어 경락 가격에 이윤을 붙이지 않고 판매한 것.

대형마트에서 한 포기 당 6000원 대에 거래되는 것에 비하면 이날 판매가는 절반가량 저렴한 셈이었다.

탄방동에 사는 민경희(47)씨는 “요즘 배추 값을 보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 싶다”며 “하지만 노모가 계시고 식구도 많아 김치를 안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하며 한 망을 더 구매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배추 판매는 단 30분 만에 준비한 물량의 절반이 사라졌다.

지나가던 야쿠르트 아줌마는 “배추도 배달해야 겠다”며 배추 두 망을 사갔고 식당 주인이라는 아저씨는 “손님상에 김치를 빠뜨릴 수 없다”고 오토바이로 배추 실어 나르기에 바빴다.

할머니 심부름으로 배추를 사러 나온 할아버지 행렬도, 조금이라도 배추를 더 사기 위한 아주머니들의 눈치작전도 12시 반이 넘게 되자 끝이 났다.

서구에서는 같은 시간 배추가 판매가 진행된 유성구와 대덕구보다 다소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날 배추 공급에 힘쓴 김선석 배추 경매사는 “최근 날씨가 좋아 산지에서 배추가 잘 자라고 있다”며 “출하량은 지나해 보다 적겠지만 가격은 많이 떨어져 지금과 같은 배추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manaju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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