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는 큰딸이 짝사랑에 빠졌습니다. 상대는 작년에 같은 반을 한 녀석이라고 합니다.

너무 내성적이라 그랬는지 아니면 자존심이 강해서 그런것인지 큰딸은 표현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니면 사랑이란 단어를 말하기가 부끄러워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년이라고 합니다. 어느 날 같은 반에 서울 위성도시에서 한 여자애가 전학을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큰딸이 좋아한다는 그 녀석과 전학 온 여자애가 친하게 지냈다고 합니다. 고민하는 딸에게 표현해 보라고 일러 주었지만, 큰딸은 자존심 상한다며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잊혀지는듯 하다가 며칠 전 옛이야기를 하던 중 그 녀석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직도 잊지를 못한다고 하는 것이 여전히 그 녀석이 큰딸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짝사랑에 고민을 하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며 안쓰럽기도 하고 측은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저의 풋사랑이 떠올랐습니다.

중학교 때, 정갈하게 생긴 여자애가 있었는데 공부도 제법 잘했습니다.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그 애가 글짓기를 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애와 나는 같은 글짓기 반에 있으면서도 나 역시 큰딸처럼 용기가 없어 말 한번 건네 보지 못하고 오로지 마음속으로만 좋아하는 짝사랑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만 나옵니다. 사랑은 쟁취하라고 있는 것인데, 말 한번 건네지 못했으니 바보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애와는 인연이 아니었다고 나름대로 합리화도 시켜 봅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짝사랑의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으니 또 하나의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큰딸에게 얘기했습니다.

“사랑은 용기 있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란다. 마음을 표현하기 싫으면, 차라리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직은 풋사랑이고, 짝사랑이니 너무 고민하지 마라. 풋사랑도, 짝사랑도 모두 인생의 한 과정이란다. 사랑을 배워가며 사람은 성장하는 것이란다.”

큰딸의 풋사랑에 왜 제 가슴이 설레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큰딸의 풋사랑이야기를 들으니 황순원의 ‘소나기’가 떠오릅니다.

크리스털처럼 맑고, 사과 같이 상큼하고,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구름 같은 순수한 풋사랑이 가을이어서 그런지 가슴을 더 파고드는 것 같습니다.

또 항상 아기처럼 어리다고 생각한 딸에게 사랑의 감정이 찾아왔다는 것도 신기하고, 어느덧 딸이 성장했다는 것이 저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까시 http://blog.daum.net/ggasi67/
Posted by 충투 기자단 :